수원시, 특별지원기금 30억원 편성 피해기업 창구 마련

친구들과 연예인 다음으로 많이 나누는 이야기가 일본 관련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제 주위에 일본물건들이 과연 무엇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하게 돼요"
5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소재 한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에는 많은 여성 손님들이 방문한 가운데 방학을 맞이한 10대 학생들이 염색약, 로션 등 화장품 관련 물건들을 고르고 있었다.
이중 염색약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다시 진열대에 내려놓는 등 이를 반복하기를 여러차례 한 여고생이 눈에 띄었다.
수원여고 2년생인 김모양(18)은 "일본 경제보복에 대해 10대 사이에서 어떤 분위기인가"라는 질문에 "집에서 가족과 저녁밥을 먹는 30분 동안 내내 부모님은 그에 관련된 말들을 많이 하신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학생인 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일본물건을 안사는 것 뿐이다"며 "특히 물건을 살 때 뒷면(상품설명)을 참고한다. 일본제품이면 구매를 안하고 내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지닌 친구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쉬는시간이거나 하교할 때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거나 자신이 즐겨쓰는 화장품이 어느 나라 것인지 서로 공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전 11시50분. 취재진은 점심 겸 취재를 위해 한 일본전통 라멘전문 음식점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곧 다가오는 시간임에도 테이블 10곳 중 3곳만 자리가 찼다.
가게를 운영한지 1년 조금 넘었다는 업주는 "사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아직까지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점심시간에 최소 30팀 정도 가까이 받았는데 지난달부터 18~25개팀 정도만 받고 있어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는 체감은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식만 일본 음식이지 여기를 운영하는 사장인 나와 종업원들은 한국인이다. 또 재료도 국산 재료다"며 "일본 경제보복 때문에 (일본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는)나같은 자영업 사람들이 힘들어질까봐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고 했다.
해당 업주는 대신, 현재 국내 정세에 따라 일본풍이던 기존의 직원들 주방 드레스코드를 자유로운 복장으로 바꾸고 음악도 일본의 전통음악에서 국내 인기가요로 배경음악을 대신해 영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2차 경제보복의 실질적인 여파는 수원지역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2일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에서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 조치를 결국 단행했다.
이에 따라 수원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피해기업을 돕기 위한 홍보 등 전개운동을 이날 오후 2시 권선구 고색동 소재 수원산업단지벤처밸리2 B동 610호에서 실시했다.
시 기업지원과는 지난 2일 특별지원기금 30억원을 긴급 편성해 오는 28일부터 일본이 본격적인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시행에 앞서, 5일부터 수원상공회의소, 4개 구 지역경제팀, 수원산업단지관리공단 등과 함께 지역 내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해 '피해접수 창구'를 마련했다.
대상은 불화수소(에칭가스), 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일본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다.
시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수원지역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일부 수입품목을 제외함에 따라 대체품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영업이 중단되기 때문에 적자가 발생한다"며 "이번 특별지원기금은 피해기업이 발생되는 영업손실 금액을 일부 충당 해주기 위한 일종의 '경영안정자금'이다"고 말했다.
융자 한도는 한 기업당 최대 5억원이다. 융자 기간은 5년으로, 1~2년 거치, 3~4년 균등상환 방식이다.
시는 피해기업 선정 기준과 구체적 지원방안 등을 조율해 피해기업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시를 비롯한 경기 남부권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본정부의 조치에 대한 대책 설명회'가 오는 7일 오후 3시 수원상공회의소 수원상의회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