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외교적 마찰과 학교현장 혼란만 가져올 수 있어”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이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안'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도의회가 학교 내 일본 전범기업 제품에 인식표를 부착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내놓은 것인데, 도교육청은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며 즉각 반박했다.
21일 도의회와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날(20일) 황대호 의원(민주·수원4)은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발의하고 오는 26일부터 개회하는 제334회 임시회에 제출했다.
전범기업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기업으로 우리 국민에 대한 강제동원 등으로 생명, 신체, 재산 등의 피해를 입힌 기업 등을 지칭한다.
조례안에는 전범기업 제품 인식표 부착은 도내 전체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고, 인식표에는 '본 제품은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라는 문구와 전범기업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도록 했다.
교육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가장 먼저 난색을 표하며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놓은 곳은 도교육청이다. 외교적 마찰과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우려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도교육청은 조례안 발표가 있은 직후 입장문을 내 "전범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일선 학교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범기업 제품에 인식표를 부착하는 것은 제품불매로 오인될 소지가 있고, 전범기업이 아닌 생산제품에 인식표를 잘못 부착할 경우 소송에 휘말리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도 예상된다는 변호사 자문 결과도 내놨다.
이재정 교육감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일외교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법이 아니라 국민, 학생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범기업에 대한 연구, 대처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선학교 현장도 교육상 적절치 못한 조례안이라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과연 이번 조례안이 글로벌 시대에 발맞춘 현 교육상에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 보다는 오히려 교육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조례안은 오는 29일 심의 후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하면 교육감은 20일 내에 공포하거나 재의 요구할 수 있다.
한편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범기업 299개 중 현존하는 기업은 284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