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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마음 편히 예술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장애인도 마음 편히 예술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 박민지 기자
  • 승인 2023.03.3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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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기회소득] 국내 청각장애인 배우 1호 김리후 씨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우리들의 블루스’ 등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의 권리와 현실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면서 그들의 처우도 역시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여러 난관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애의 종류가 다양해 그에 맞는 복지와 지원 방향도 다를뿐더러 드라마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속 문제와 해결과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우이자 농인(聾啞人)의 한 사람으로서 농인들의 편견과 차별의 문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리후 씨다.

■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배우 1호이자 농인배우 김리후

김리후 씨는 배우와 모델,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 굿 뉴스통신

김리후 씨는 배우, 모델,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만능 재주꾼이다.

영화 ‘사랑은 100℃’로 데뷔해 ‘미드나잇 썬’ 등에서 주연 연기를 펼친 이후 국내 언론에서는 그를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배우 1호’로 소개하고 있다. 이후 수어를 주 언어로 삼고 의사소통을 하는 농(Deaf)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국농아인협회 중앙회의 지원사업 중 하나인 한국농아방송에서 수어 뉴스 리포터와 앵커로 활동하는 등 수어와 농인들의 존재를 알리고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처음부터 김리후 씨의 목표는 배우가 아니었다. 학창시절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진로 고민을 하던 중 다양한 경험을 위해 도전을 결심했지만, 청각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흔한 아르바이트마저 하기 힘들었다고.

“당시 청각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에 제약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예전에 ‘장애를 핸디캡이 아닌 꿈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떠올라 잡지사 모델을 지원하게 됐어요. 다행히 예전부터 외적으로 훌륭하다는 평도 받아왔고 적극적인 성격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죠. 모델 일은 다른 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이 적어도 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큰 불편함 없이 일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모델로서 활약하던 김리후 씨는 단순히 모델이 아닌 영상 속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삶을 살고 또 대리만족까지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제약과 현실적인 핸디캡들이 많아 다양한 꿈을 꾸기 어려운게 현실이에요, 근데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제약 없이 다양한 캐릭터로 살아갈 수 있어 멋져 보이더라고요. 화면 속에서는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가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그걸로 대리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과 기대가 있어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 꿈을 목표로 열심히 나아가던 중 잡지 속 김리후 씨를 본 한 사람이 연락을 취해왔다. 바로 김리후 씨의 데뷔작 ‘사랑은 100℃을 제작한 김조광수 감독이었다. 당시 맡았던 배역은 청각장애가 있는 캐릭터인 ‘민수’. 김리후 씨는 첫 데뷔작으로 주연급 배역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가슴이 벅찼었다고 회상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활약해오던 김리후 씨는 현재 배우 외에도 농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의 직업으로도 벅찬 현실에서 농인들의 권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는건 그조차도 쉽지 않을 결정이었을터. 이렇게 활동하게 된 건 농인의 신분으로 활동하게 된 사람으로서 각종 차별과 편견을 무너뜨리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고.

“제가 기억하기에는 데뷔하기 전 2000년대 초반은 홍석천 님과 하리수 님이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할 때였어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자 꾸준하게 방송 활동을 했던 것처럼 저도 데뷔하면 농·청각장애인을 대표해서 편견과 차별의 문턱을 넘는 역할을 맡게 되지 않을까 짐작했었죠. 아니나 다를까 저에게 ‘언제부터 청력 손실이 있었는지’, ‘얼마나 안 들리는 건지’, ‘몇 급인지’ 등 배우가 아닌 장애에 집중된 질문이 많아지더라고요. 같은 청각장애라고 해도 들리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제 경험만을 토대로 답변해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싶어서 ‘수화통역학과’를 전공하는 등 농인의 권리를 위해 나서게 됐어요.”

■ “장애인이 직접 연기하고 나설 수 있는 날이 오길”

김리후 씨는 현재까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수어가 공식적인 언어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믿고 함께해준 팬들과의 일화를 꼽았다. ⓒ 굿 뉴스통신

그런 그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다양한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2가지를 꼽았다. 먼저 수어가 공식적인 언어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믿고 함께해준 팬들과의 일화였다.

“당시 한국수화언어가 공식 언어로 인정받기 위해서 협회를 비롯한 농청년회, 수어통역사, 수어를 공부하는 관련 학과 학생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전국적인 캠페인을 벌이던 때였어요. 저 또한 트위터와 같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참여했었죠. 그때 감사하게도 제 트윗을 보시고 함께 참여해주신 팬분들이 있으셨어요. 플래시몹 형식의 가두행진 같은 운동이 한창일 때고 참여 해주시고 또 홍보도 많이 해주셨죠.”

이어 “어떤 팬 한 분은 영어 수업 시간에서 선생님이 Deaf라는 단어를 ‘벙어리’ 또는 ‘귀머거리’로 가르치는걸 보고, 이를 ‘청각장애인’이나 ‘농인’으로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일화를 전해왔다”며 “또 영어 번역기에도 ‘벙어리’나 ‘귀머거리’로 해석이 돼 팬들이 함께 항의하는 등 농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준 팬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리후 씨 또한,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예술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순 없었다. 게다가 그는 특히 청각장애라는 한계와 대부분 지원 정책을 전화로 문의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 경기도에서 시행 예정인 ‘예술인 기회소득’은 본인을 포함한 도내 예술인들에게 든든한 도움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기회소득 자체는 정말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하려면 어느 정도 최소한의 생활비가 있어야 하잖아요. 특히, 아르바이트 취업도 쉽지 않은 장애인들은 시도 자체를 엄두에 못 내고 포기하시더라고요. 장애인의 신체적 핸디캡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관점에서 접근한 또 다른 해석을 선보일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상황이 너무 아쉬웠어요. 그런 의미에서 기회소득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김리후 씨는 외국은 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을 하는데 있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한국은 아시아 최초 자국수화언어를 공식 언어로 인정한 나라인 만큼 외국에서 한국의 수어나 장애 예술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터널스’라는 영화에서 청각장애 슈퍼히어로로 등장한 ‘로렌 리들로프(Lauren Ridloff)’는 실제 농인이며, 아카데미 역사상 남자 농인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농인 배우로서는 35년 만에 두 번째 수상자가 된 ‘트로이 코처(Troy Kotsur)’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연기하는 ‘크리핑 업(Cripping Up)’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도 이러한 점을 본받아 장애인들이 스스로 연기를 해낼 수 있도록 ‘베리어프리(barrier free)’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리후 씨는 앞으로 장애인이 마음놓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사람들이 그러한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굿 뉴스통신

앞으로 장애인이 마음놓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사람들이 그러한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김리후 씨.

“개인적으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각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할 때 수어통역 수당을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지원 사업이 많은 청각장애인이 예술 분야에 비교적 쉽게 접근하고 저 또한 향후 농인을 비롯한 도민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어 “지금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거리와 미디어에서는 장애인을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관심과 인프라가 부족하고 일상에서 현저히 배제된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현실을 무너뜨리기 위해 유튜버와 틱톡커 등 많은 예술인이 장애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하고있는 만큼, 이들에게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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