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을 꿈꾸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인디밴드들은 홍대를 비롯해 각종 도심에서 길거리 버스킹과 소공연장 공연 등을 펼치며 자신만의 음악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기획사에 도움 없이 본인들이 직접 스케줄을 잡거나 음반을 제작하는 등 모든 과정을 손수 해내는 이들에게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건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밴드도 많다. 이번에 만난 인디밴드 ‘삼치와 이기리’ 또한 마찬가지다. 경주에서 올라와 홍대 등을 거쳐 남양주시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매 밴드 ‘삼치와 이기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농촌 감성을 품은 자매밴드 ‘삼치와 이기리’

삼치와 이기리는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재미있게 불리고자 만들어진 이름의 밴드로 이효주, 이효진 자매가 함께 활동하는 인디밴드다. ⓒ 굿 뉴스통신
삼치와 이기리’는 이효주(삼치), 이효진(이기리) 씨가 함께 만든 밴드다. 이름마저 특이한 이 밴드는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또 재미있게 들리게끔 만든 이들의 예명으로 지어진 밴드로 일명 ‘농촌감성리얼자매밴드’로 활약하고 있다. 언니인 이효주 씨는 팀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동생인 이효진 씨는 노래와 작사를 맡고 있다.
사실 이 자매 밴드에는 두 명의 조력자가 있다. 먼저 ‘이루리’라는 예명을 가진 둘째는 팀의 문서작업 등 행정사무를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이효진 씨의 남편인 이강일 씨는 ‘강일이형밴드’로 활약해오다 현재는 회사 대표로서 업무와 베이스 반주 등의 보조를 하고 있다고.
2013년 첫 앨범인 ‘계란이 왔어요’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본인들의 음악을 선보인 삼치와 이기리는 예전부터 음악 만들기를 취미로 해온 나름 재능러들이었다.
이효주 씨는 “세 자매가 어렸을 적부터 노래를 만들어서 서로 생일도 축하해주면서 놀았다”며 “그러다 둘째의 생일날 4319번 버스 안에서 노래를 만들고 아는 분께 부탁해서 곡을 녹음해 선물해 준 적이 있는데, 그게 본격적으로 작곡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효진 씨는 “언니는 예전부터 클래식 피아노 전공을 했었고 이후 실용음악을 하고 싶다고 서울 홍대로 올라와 활동했었다”며 “저는 원래 미술을 전공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공부하고 싶어 서울로 올라오게 됐는데, 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밴드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치와 이기리가 결성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재미로 만든 ‘계란이 왔어요’가 공식 발매되면서부터였다. ⓒ 굿 뉴스통신
이 둘이 함께 밴드를 결성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그들의 첫 데뷔곡은 ‘계란이 왔어요’ 때문이었다. 이 곡은 이효주 씨가 허밍을 하며 곡을 만들던 중 달걀 장사꾼의 목소리를 듣고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노래다. 특히 이 곡을 들은 이효진 씨는 이 노래가 잘 될 것 같다고 판단, 가사를 입혀 UCC로 제작하며 알리는 등 노래 완성에 역할을 다해냈다.
이효주 씨는 “당시 ‘계란이 왔어요’라는 곡을 저희가 만들어서 작게나마 공연하고 다녔는데, 어느 분이 그 곡들 듣고 자신이 사업할 때 쓰고 싶다며 정식 발매를 도와주셨다”며 “그 곡을 계기로 공식적인 밴드로서 활동을 펼치게 됐고 이후에 몇 곡을 더 만들어 버스킹이나 소공연 등을 하러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밴드의 활동을 이어가던 중 결정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생겨났다. 바로 공중파 예능에 곡이 삽입된 것이다. 당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계란이 왔어요’가 삽입되면서 각종 예능과 먹방 프로그램에 등장하게 됐고 그에 따라 인지도와 인기도 높아졌다. 이후 기업과 협업해 제품을 홍보하는 데에 쓰이기도 했으며 현재는 한 라디오 교통방송에서 그 곡을 개사해 로고 송으로 쓰고 있다고.
이효진 씨는 “당시 지인들이 제보도 많이 해주고 관련 링크도 보내주면서 알아봐주니 기분이 좋았다”며 “그 노래 덕분에 저희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특히 TV에도 나오니까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해왔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바로 활동 중 이효진 씨의 결혼,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진 활동 문제를 꼽았다.
현재 이효진 씨는 이강일 씨와 결혼해 슬하에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과거 활동했던 예술인 그룹에서 만난 이들은 비슷한 성향과 관심사 등으로 호감을 갖던 중 결혼까지 골인하게 됐다. 현재 이강일 씨는 밴드 활동하는데 전폭적인 서포트를 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하지만 셋이나 되는 아이를 돌봐야하는 입장에서 공연까지 해내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효진 씨는 “당장 공연해야 하는데 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한번은 애들을 업고 공연을 했던 적이 있는데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관객들이 더 좋아해 주셨다. 게다가 그 장면이 보이는 라디오에도 나왔었다”며 “현재는 남편이 주로 애들을 돌봐주고 가끔 녹음할 때 세션이나 현장 세팅을 할 때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변화도 일어났다. 현재는 많이 상황이 완화됐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엔 공연 수입이 제로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현재 이효진 씨와 이효주 씨 모두 부업으로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이효주 씨는 “과거에는 밴드 활동과 아르바이트 등을 두고 본업과 부업의 기준을 나누기가 애매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겪고 나니 밴드가 본업임을 느끼게 됐다”며 “밴드 활동을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오히려 코로나19 때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만큼은 편했다. 그 결과 작년 9월과 올해 초 새로운 앨범을 연달아 발매하는 등을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 “도민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노래 들려드리고 싶어”

삼치와 이기리는 경기도의 예술인 기회소득이 예술인들에게 있어 생계 걱정 없이 예술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굿 뉴스통신
이처럼 힘든 계기일수록 일정한 수입과 도움이 필요할 터. 이에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예술인 사업들은 많은 예술인에게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 실시할 예정인 기회소득에 대해서는 취지가 좋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효주 씨는 “기회소득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시선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일도 안 하고 놀고먹는 사람들에게 왜 지원금을 주느냐’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책을 시행하기 전 서로 소통해서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음악 등 예술적인 분야에 가치를 제대로 환산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서로 소통하고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아 이 작품과 노래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니 페이를 지급할만한 가치가 있구나’라는 걸 서로 경험하면서 알아갔으면 좋겠다”며 “저희 밴드 또한 대중들에게 좀 더 선한 영향력과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진 씨도 “이러한 정책이 단기간에 효과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서 관리와 지급이 이뤄졌으면 좋겠고, 지원에 대한 평가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뤄지도록 방법을 고안하면 좋을 것 같다”며 “또한 이러한 정책들로 육성된 예술가들이 더 이상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본인 예술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또 그런 결과물들로 하여금 사람들이 삶의 풍요로움과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선사하고 싶다는 삼치와 이기리.
이효주 씨는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싶지만, 타 지역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협업 정책 등에 대해 아직은 낯설어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앞으로 경기도가 지역 예술인들이 그 지역에서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리도 많이 마련해주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는 바쁜 일상에 치여 정체성을 잃고 활동할 때가 많았는데,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음악적 영감도 생기고 그걸 음악에 풀어내기가 수월해졌다”며 “그렇기에 도민분들에게 삼치와 이기리가 유익하고 여유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효진 씨도 “예술가가 꼭 서울에만 살아야 하고 유명해져야 한다는 편견보다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만의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각 지역에서 개최하는 여러 행사 등에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할 기회가 늘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생계 걱정이 덜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는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고 다가가고자 하는 성격을 가진 친근한 밴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좋은 공연과 멋진 음악을 만들어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그런 예술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