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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박사가 들려주는 ‘술자리보다 재미있는 우리 술 이야기’
전통주 박사가 들려주는 ‘술자리보다 재미있는 우리 술 이야기’
  • 박민지 기자
  • 승인 2023.02.0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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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연구사 전통주 인문학 서적 발간…시대별 전통주 역사문화 총망라

최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전통주 인문학책 ‘술자리보다 재미있는 우리 술 이야기’를 출간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08년도부터 경기 농산물 소비 확대와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전통주 연구를 진행해 왔다. 현재까지 경기 쌀과 지역특산 농산물을 이용한 전통주(막걸리, 약주, 증류식 소주 등) 개발 기술을 20여 업체에 이전한 바 있다.

이번에 발간된 이 책에는 우리 술 전문가 이대형 연구사의 전통주에 대한 시대별 역사와 문화를 망라한 우리 술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특히 이 책을 집필한 이대형 연구사는 전통주 연구 과정에서 느낀 점과 전통주에 대한 바른 정보를 알리고 싶어 다양한 언론 매체에 전통주 칼럼을 연재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전통주와 원료로 쓰이는 도내 농산물 소비 증진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대형 연구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연구부터 칼럼까지… 전통주 연구사의 다양한 행보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재직중인 이대형 연구사는 도내에서 나오는 농식품들로 전통주를 비롯해 공가공품, 발효식초 등 다양한 식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사로 활동하는 전문가다. ⓒ 굿 뉴스통신

이대형 연구사는 도내에서 나오는 농식품들로 전통주를 비롯해 공가공품, 발효식초 등 다양한 식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사로 활동하는 전문가다. 게다가 각종 매체에서 전통주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고 전통주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전통주 알리미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지금이야 전통주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됐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어른들만 마시는 올드한 술이라는 인식이 있었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통주를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제품도 만들어보고 그랬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현장을 나가 이야기도 들어보고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를 칼럼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전통주에 관한 잘못된 내용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돼서 칼럼에 잘못 알려진 내용을 정정하고 인문학적 내용을 담는 글도 담게 됐어요.”

이처럼 전통주에 대해 누구보다 열정적인 이 연구사는 최근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핫한 전통주 열풍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전통주의 올드했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엔 전통주하면 명절 때만 먹는 술, 어른들만 먹는 술이라는 그런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원소주 등이 생기면서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통주의 이미지가 많이 바뀌게 됐어요. 덕분에 ‘전통주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젊은 사람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술이었구나’라는 인식이 퍼져서 전통주의 소비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되고 있어요.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인 셈이죠.”

과거에도 증류식 소주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증류식 소주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희석식 소주에 비해서 가격도 비싼 편이죠. 게다가 과거에는 음주문화가 빨리, 많이 그리고 오래 마시는 문화다보니 상대적으로 고급술보단 비교적 저렴한 희석식 소주를 많이 찾는 경향도 있었고요. 최근 음주문화는 내가 좋아하는 술을 골라 마시는 쪽으로 변화되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인해 ‘혼술 문화’가 발달하면서 한 번 마실 때 짧고 굵게 또 맛있는 술을 마시자라는 문화가 생기게 된 거 같아요. 게다가 유명 연예인이 직접 만든 술이 우리 전통주인 증류식 소주라고 하니 더욱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있죠.”

■ 산양삼막걸리, 허니비와인 등 전통주의 새로운 변신

이대형 연구사는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기술이전한 전통주 중 산양삼막걸리와 허니비와인, 허니문와인이 각종 대회 수상과 인기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 경기도농업기술원 출처(좌),굿 뉴스통신

이 연구사는 현재까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해 기술 이전한 제품이 총 20가지라고 소개했다. 그 중 ‘산양삼막걸리’와 ‘허니비와인’은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쓸만큼 전문가들의 큰 관심을 받은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2010~11년도에 경기도 광주에서 산양삼이 과잉생산이 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소비할지 고민하던 중에 막걸리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기술 개발에 들어갔죠. 이후 경기도 광주시 소재 양조장에 기술이전을 해서 생산한 결과, 산양삼막걸리가 탄생하게 됐고 그 제품이 2017년 ‘우리술품평회’라는 가장 맛있는 술을 뽑는 자리에서 대통령상 1등을 수상하게 됐었죠.”

허니비와인의 경우 주종상 벌꿀을 이용한 술이라 와인이 아닌 기타주류로 포함되는 제품이다. 그래도 기타주류에선 최고로 손꼽히는 제품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 성원에 힘입어 기존보다 2도 높은 ‘허니문와인’도 함께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허니문와인은 지난해 대통령 취임식에 건배주로도 사용됐다고.

이 연구사는 “양평 등지에서 벌꿀이 과잉생산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술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2011년 즈음 개발된 게 바로 ‘허니비와인’이다. 기술이전을 해서 생산한 다음 우리술품평회에 참여했었는데, 그 주종분야에서 1등으로 선정돼 대상을 받게 됐다”며 “당시가 2012년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매년 대상, 최우수상을 번갈아가면서 수상해왔고 작년에도 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온라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새로운 전통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 연구사.

“최근 누룩에 관심이 많아서 누룩에서 나오는 좋은 성분들로 술을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전통주 외에도 도내 농산물을 이용한 맥주 분야도 연구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경기미 중 하나인 ‘참드림’ 품종을 활용한 기술을 한 양조장에 이전해 ‘미미샤워’라는 쌀맥주 상품을 만들었는데, 이게 일본 맥주박람회에서 1등을 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어요. 덕분에 많은 홍보가 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맥락으로 도내에서 생산되는 과일들을 이용해서 과일맥주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어 “일단 기존에 흥행했던 과일소주와는 다르게 향을 많이 쓰지 않고 과일을 많이 써서 천연 과일 향이 담기게끔 하려고 한다”며 “과실주 같으면서도 탄산이 들어간 맥주와 와인 사이인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들어서 젊은 세대들의 기호를 맞추는 쪽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 술 문화를 담은 ‘술자리보다 더 재밌는 우리 술 이야기’

이대형 연구사는 지난 1월 우리나라 술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은 ‘술자리보다 재밌는 우리 술 이야기’를 출간했다. ⓒ 굿 뉴스통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 1월 우리나라 술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담은 ‘술자리보다 재밌는 우리 술 이야기’가 출간됐다. 이 책은 그간 이 연구사가 전통주를 알리기 위해 각종 매체에서 활용한 전통주 자료의 총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전통주 관련 연구나 기고, 칼럼 등을 쓰다보니 자료를 많이 찾게 됐어요. 근데 그 자료 중에는 잘못된 내용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걸 고치기 위해 칼럼도 쓰게 됐고 자료와 글이 쌓이다보니 자연스레 책이 만들어질 분량이 채워진거죠. 주위에서는 이 정도면 책을 하나 내는 게 전통주 발전에도 좋을 거 같다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책을 내게 됐어요.”

이 연구사는 “이 책에는 우리나라 술에 있어서 과거부터 잘못 전해온 내용들을 되짚어보고 맥주의 도입시기, 우리나라에서 사케를 만들어 수출한 이야기, 황해도 지역에서 생산된 고량주가 중국으로 수출된 이야기 등 우리나라의 술 역사와 문화를 담아냈다”고 덧붙여 소개했다.

책을 집필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자료를 모이는 일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었다고 이 연구사는 말했다. 자료들을 찾는데만 약 3년이 걸렸고 그 자료를 토대로 집필에 집중한건 대략 6개월이 소요됐다고.

“잘못된 사실들을 반박하기 위해선 원서나 원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너무 오래된 문헌들은 전부 한자에다가 현재랑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서 건들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원문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꽤 있었고요. 그나마 우리나라 역사박물관 등에는 고문헌 스캔본도 잘해놨고 기타 번역본이나 기존 선행연구도 남아있어서 집필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해석이 안되있는 경우엔 지인들에게 부탁해서 해석하고 그렇게 발로 뛰면서 자료를 모아왔었죠.”

이 연구사는 전통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례 중 명절에 흔히 구입하는 백화수복이 있다고 말했다. 백화수복은 우리나라 전통주가 아닌 일본 사케를 만들 때 사용하는 사케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일본술이라는 것이다. 백화수복이 만들어진 시기가 일본에 영향을 받던 시점이었다는 점, 당시 일본 술이 고급술이라는 프레임 등 때문에 현재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사는 명절 차례상에 올리는 차례술에는 따로 형식이 정해져있지 않지만 백화수복이 우리나라 전통주니까 꼭 이 술만 써야해 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사는 글을 쓸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의외로 ‘사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글과 함께 사진을 보여주고자 했던 이 연구사였지만 저작권부터 개인소장을 하고 있는 곳이 국내가 아닌 일본, 독일 등 해외박물관인 경우도 많았다고.

“우리나라 옛날 사진이지만 해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때문에 하나하나 연락도 해보고 이야기도 나눠봤는데 그 사진에 정확한 이름도 알 수 없고 표현하기도 어려워서 협조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을 못넣은 부분들은 QR코드를 첨부해서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끔 해놨어요.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국내 박물관에 있을 줄 알았던 옛 사진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있다는 사실이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어 “전통주 관련 입문서가 부족했는데 작년부터는 유행을 타서 조금씩 나오고 있고 그렇게 제 책도 읽혀질 수 있고 전통주를 잘 알릴 계기가 마련된 거 같아서 만족스럽다”며 “다행히 전통주가 포함된 카테고리 내에서는 반응도 괜찮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우리 농민들을 위해 전통주를 더 많이 찾아주길”

이대형 연구사는 전통주 소비가 우리나라 농민들의 소비 증진과 농산물 소비에도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많이 찾아달라고 말했다. ⓒ 굿 뉴스통신

흔히들 술 연구가라면 소믈리에처럼 모든 술을 구분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그 분야에서만큼은 최고의 미각을 소유자라고 생각하기 마련일 터. 하지만 이 연구사는 누구나 연습하면 술의 향과 맛을 구분하는 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저희 같은 전문가들은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다보니 좀 더 깊고 많이 또 다양하게 느끼고 마실 수 있어요. 덕분에 일반분들이 3~4잔만 마시고 이후엔 비슷하게 느끼실 때 저희는 10~15잔 정도까지도 구분하고 테스팅할 수 있는거죠. 평상시 아로마 키트 같은 걸로 연습하고 소량씩 계속 음미하며 그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직업으로 보이지만 이 연구사는 일로 생각하면 이만큼 고된 일도 없다고 말했다.

“평상시 저는 술을 연구해야 하다보니 전통주 말고도 사케,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술들을 접하고 또 시음하고 있어요. 많이는 아녀도 맛과 향을 분별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씩은 접하고 있죠. 누군가는 정말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지만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고 접하는 저희는 정말 힘들답니다.”

이어 이 연구사는 “그동안 테스팅하면서 느낀건 예전처럼 막걸리하면 전 이런 일반화된 도식화된 조합은 마냥 옳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는 전과 막걸리의 종류가 다양화됐기 때문에 조합공식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뻔한 조합만을 추구하기보단 현장에서 추천 받거나 직접 찾아보는 것도 술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도내 다양한 전통주의 개발과 그 재료를 경작하는 농민들을 위해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는 이 연구사.

“현재 전통주를 연구하고 있지만 술을 연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도내 농식품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또 농민들의 소득을 증대하기 위함도 있거든요. 술은 쌀 소비에 가장 큰 가공제품 중 하나인 만큼 술로 그만큼 농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죠. 그러니 앞으로도 전통주를 더 자주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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