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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의 공습…“미래세대 위해 우리가 불편해져야 할 때”
미세플라스틱의 공습…“미래세대 위해 우리가 불편해져야 할 때”
  • 전효정 기자
  • 승인 2023.01.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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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딜레마] 생태독성학자 안윤주 건국대 교수 인터뷰

최근 환경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다양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과 포장이나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 바다에서 조개껍데기, 유리 조각 따위의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비치코밍’ 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 덕분에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깨끗해지고 있지만 환경오염의 심각함은 여전하기만 하다. 그중 가장 심각한 쓰레기로 꼽히는 건 바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만 약 500년이 걸린다고 알려진 만큼 철저한 재이용과 재활용이 필요한 물품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 증가와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인해 바다와 육지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플라스틱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건국대학교 환경보건과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안윤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생태계를 점검하고 진단하는 생태독성학자, 플라스틱에 관심을 가지다.

안윤주 건국대학교 교수는 생태독성학자로 활동하며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전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다. ⓒ 굿 뉴스통신

건국대학교에서 약 20년간 재직해온 안윤주 교수는 현재 상허생명과학대학 학장이며, 과거 미국 환경부(USEPA)에서 생태독성학을 연구하고 ㈔환경독성보건학회 제18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생태독성학자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문가다.

여기서 생태독성학이란 환경오염물질이 생태계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어류, 물벼룩, 앨지(Algae)라고 하는 조류(藻類), 토양에 사는 식물, 조류, 미생물 등 다양한 생명체를 대상으로 실험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진단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프면 의사에게 진단받아야 처방을 받을 수 있잖아요.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먼저 검사를 받고 어디가 아픈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처방을 할 수가 있다는 점이죠. 제가 하는 학문은 바로 어디가 아픈지 진단하는 학문이에요.”

최근 안 교수는 다양한 매체에서 플라스틱에 대한 견해를 밝혀온 바 있다. 올해에는 경기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관련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안 교수지만 그녀도 처음부터 플라스틱에 관심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환경 오염물질 중 흔히 아는 중금속 등에 관해 연구하고 더 나아가 나노물질 연구를 하던 중 미세플라스틱에 관심갖게 됐다고.

“나노물질을 연구하다가 미세플라스틱까지 접근하게 됐는데 어느 날 이 분야가 사회적 쟁점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깊게 연구하는 계기가 됐는데 그 결과 많은 연구 결과를 얻게 됐어요. 특히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증거와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참고하며 연구를 해나가다 보니 전반적인 트랜드도 보이게 됐죠.”

이어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의 생성 과정과 형태 그리고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자료들을 충분히 모으게 됐고 이러한 내용들을 지난번 경기도청에서도 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 생태계와 사람을 위협하는 적, 미세플라스틱

최근 환경오염의 큰 원인 중 하나인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미세화돼 발생하는 고분자화합물로써 바다와 토양 가릴 것 없이 퍼져있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자료사진. ⓒ 픽사베이 출처

최근 환경오염의 큰 원인 중 하나인 미세플라스틱은 의도적으로 제조되었거나 또는 기존 제품이 조각나서 미세화된 크기 5㎜ 이하의 합성 고분자화합물이다. 안 교수는 환경오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세플라스틱은 사전적 정의보다 훨씬 작은 크기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 크기는 겨우 300㎛다.

“형태로 따지면 가루라고 볼 수 있어요. 가루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이 환경 중에 만연해 있는 거죠. 단순히 우리가 물고기 배 속에 있는 플라스틱을 보고 ‘아 문제구나’라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플라스틱은 풍화되고 점점 미세화되거든요. 그런 걸 환경 중에 사는 생물체들이 먹이로 착각해 먹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는거죠.”

이어 안 교수는 “대표적으로 조개는 물을 쭉 빨아들이면서 먹이를 먹고 몸에 축적하거나 내뱉거나 하는데, 여기서 미세플라스틱이 몸에 축적된다. 이후 우리가 그런 생물체들을 잡아서 먹게 되면 결국 우리 몸에도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오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됨으로써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영향에 관해 묻자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위장관 손상과 행동 저해 등 신체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영향이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우리가 플라스틱을 먹었다고 가정했을 경우 입을 거쳐 위나 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요. 보통 풍화가 된 플라스틱 조각들은 대부분 입자면이 날카로운 ‘파편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또한 평상시 우리가 옷을 털 때 보이는 먼지들도 사실 ‘미세크로화이바’라고 불리는 섬유형태의 미세플라스틱예요. 미세플라스틱이라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입자까지 길어 배출되기도 더욱 힘들죠.”

안 교수는 “생물체들이 먹이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때 배는 부르지만 영양 섭취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강성에 문제가 생기고, 때로는 행동 저해를 일으키게 되고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돼 생태계에서 취약해지는 등 심하게는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물속에서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에 환경 물질이 흡착해 다니다가 생물체들이 먹이로 오인해 먹게 되고 우리가 그 생물체들을 섭취함으로써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미세플라스틱은 일종의 폴리머(Polymer)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미세플라스틱 주변에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환경오염 물질들이 붙을 수가 있다”며 “또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물성을 보강하기 위해 많은 물질을 첨가하게 되는데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할 때 이런 물질들도 같이 환경 중에 노출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만약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된다면 배출되거나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안 교수는 모든 미세플라스틱이 몸속에 쌓이는 건 아니지만 배출도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음식을 먹을 때예요.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이 붙은 조류를 물벼룩이 섭취하게 되고 그 물벼룩을 어류가 섭취하고 그 어류를 우리가 섭취하게 되는 일명 ‘먹이사슬 전달’ 현상이 나타나죠. 그렇게 우리 몸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와 일부는 쌓이게 되고 일부는 배출되는데, 쌓인다는 증거도 최근 과학자들이 사람의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하면서 더 확실시되고 있죠.”

안윤주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세상에서 가장 풍부한 오염물질이라고 표현하며 위험성을 강조했다. 자료사진. ⓒ 픽사베이 출처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을 ‘세상에서 가장 풍부한 오염물질’이라 표현한다. 그만큼 양이 많다는 뜻이고 또 우리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오염물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를 통한 연구 결과를 통해 유추하는 등 간접적인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쌓게 된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충분히 쌓이게 되면 추후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나타난다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다른 생태계 영향을 통해 유추해보면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에게 들어가면 사람도 유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예측할 수 있거든요. 특히 생태독성학을 통해 얻었던 이런 결과들을 이용해서 나중에 사람에게도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유추하는데 도움이 되죠. 하지만 단순히 사람을 위해 생태독성학의 연구 결과를 이용하지 말고 다른 생물체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또 어떤 고통을 받는지를 같이 눈여겨봐야만 합니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환경오염과 피해가 커지자 우려의 목소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을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안 교수는 이러한 방법에 대해 ‘순환경제’가 답이라고 꼭 집어 말했다.

“물속에 퍼져 있는 미세플라스틱들, 사실 필터를 이용하면 제거할 수 있어요. 하지만 미세플라스틱 외에 물속에 있는 작은 미생물 등 생태계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들까지 다 걸러버리거든요. 그럼 생태계가 다 무너지게 돼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미 나온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되 현재 지금 밖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을 계속해서 생산하지 않도록 빨리 치워주고 사용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덜 만들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등 미세플라스틱이 더 생기지 않도록 순환시키는 ‘순환경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어 안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하수처리시설에서도 미세플라스틱 방류를 줄이기 위한 연구와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프랑스의 경우 2025년부터 세탁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세탁기 안에 미세섬유필터를 설치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떠오르는 신(新)플라스틱 운동, 바이오 플라스틱과 위드 플라스틱

최근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바이오 플라스틱’ 등 대체품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한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제공되는 종이 빨대의 모습. ⓒ 굿 뉴스통신

최근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일명 ‘바이오 플라스틱’이 핫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더 빨리 분해되는 물질로 이뤄진 바이오 플라스틱은 초기에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잘 분해되지 않는 문제로 몸살을 앓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한 바이오 플라스틱들이 속속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옥수수를 소재로 만들다보니 비용이나 강도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첨가제를 넣고 있지만 이 또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효율적인 제품을 위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안 교수는 앞으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해 충분한 설명과 의견을 수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에 빨대가 꽂혀있던 거북이의 비극처럼 사건 사고들을 유심히 보면서 뭐가 필요한지 방향을 잡고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강의하고 있는 1학년 수업에선 늘 환경 관련 사건·사고를 조사해오게끔 하는데, 이런 사건·사고 때문에 제도가 생기게 되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잘 관찰하고 제도도 잘 만들어서 리딩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개념들이 바로 ‘제로플라스틱’과 ‘위드플라스틱’이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말자는 주의와 플라스틱과 공존해야 한다는 주의를 뜻하는 용어다.

안 교수는 이 두 개념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적으로 제로 플라스틱을 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생활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우리 일상 어디에든 플라스틱이 있어서 최대한 재활용하고 안 써도 되는 것들을 안 쓰는 등 계속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고 하면 어딘가에는 불법투기가 생기겠죠. 그러니 최소한을 버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플라스틱도 자제하되 최소한으로만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이기에 저는 ‘위드플라스틱’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 교수는 대표적으로 베아 존슨(Bea Johnson)이 제로플라스틱 운동을 펼쳐 한 유리병의 쓰레기만을 만든 이야기를 예시로 들며 그녀의 이상과 실천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페 등에서 일회용 빨대 사용을 없애고 있는데, 이는 환경 보호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쓸 때는 쓰되 필요하지 않을 때는 거절하고 사용하지 않는 그런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부에서도 사람들의 윤리의식만을 강조하지 않고 제도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일반 시민과 자영업자 등 각자 다른 상황도 염두에 두면서 제도를 시행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깨끗한 생태계를 위한 연구를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하는 안 교수.

“앞으로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기에 환경오염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탐지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연구들도 꾸준히 하면서, 새로운 환경이슈에 대응해나갈 계획이구요.”

이어 “그동안 우리는 플라스틱 등으로 편하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많이 불편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 불편함이 단순히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고 정책적으로 잘 활용돼서 성공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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