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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현장의 가려운 곳 긁어주는 제품 개발할 것”
“소방 현장의 가려운 곳 긁어주는 제품 개발할 것”
  • 양하얀 기자
  • 승인 2022.12.1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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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소방감사과 정희수 소방위 인터뷰

“가려운 데 손이 닿지 않는 갑갑함처럼,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사소하지만 불편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열린 ‘제4회 국민 안전 발명 챌린지’에서 압축가스 충전형 방식의 신개념 동물포획용 마취총 개발로 영예의 대상을 받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소방감사과 정희수 소방위.

16년 차 소방대원인 그는 자신이 직접 소방 장비 개발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소방감사과 정희수 소방위는 지난해 열린 ‘제4회 국민 안전 발명 챌린지’에서 압축가스 충전형 방식의 마취총 발사체 개발로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 굿 뉴스통신

■ 현장의 불편이 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로

“여주·이천·양평 등 도내 도농복합도시에서 구조대원으로 일하면서 마취총을 사용할 일이 많았는데, 기존 마취총은 사용하면 할수록 불편한 점이 있었어요.”

들개나 멧돼지, 고라니 등 사람을 경계하는 동물을 포획해달라는 신고가 들어오면 119구조대원이 현장에 출동한다. 문제는 이때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인 마취총이 현장 구조대원에게 불편 요소로 작용하는 현실이다.

정희수 소방위는 “기존 마취총의 경우 발사체에 충전한 화약(차저화약)이 폭발하면서 약물을 발사하는 방식”이라며 “그러다 보니 폭발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과 탄약 관련 행정 처리 등 마취총을 사용하면 할수록 구조대원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번 사용한 마취총을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안에 화약 찌꺼기를 닦아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몇 번 사용하면 더 이상 쓸 수가 없어서 버려야 했다”며 “1개에 1만 원인 화약의 비싼 단가에 몇 번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발사체까지, 소요되는 예산이 만만치 않은데 사용할 때마다 불편을 느껴서 개선을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취총을 사용하는 동료 대원이 화약 폭발로 손가락을 다치는 모습을 직접 옆에서 지켜본 정 소방위는 마취총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던 중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화약의 수입 금지 소식을 듣게 됐다.

정 소방위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화약을 다 쓰면 더 이상 기존 마취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며 “기존 제품을 대체할 장비가 시급한 만큼 화약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마취총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고 회상했다.

정희수 소방위는 새로 개발한 충전형 마취총에 대해서 “행정 업무의 편의성은 물론 대원들의 안전사고 방지, 예산 절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 굿 뉴스통신

■ 안전과 효과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아

정 소방위가 개발한 압축가스 충전형 마취총은 기존 화약을 이용해서 마취액을 분사하는 방법이 아닌 프레스타 밸브를 통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압축가스를 충전해 마취액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가스를 압축한 충전압력으로 약물을 발사하는 만큼 폭발 사고 방지는 물론 발사체 수명 연장, 화약 구매예산 절감 등 안전과 효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이다.

그는 “화약이 아닌 압축가스를 사용하는 만큼 더 이상 탄약 관리를 위한 기록 대장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행정 업무의 편의성은 물론이고 대원들의 안전사고 방지, 예산 절감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존 화약 마취총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단가 1만 원인 화약을 사용해야 하지만 정 소방위가 개발한 압축가스 충전형 마취총은 시중에 파는 휴대용 부탄가스 1통으로 1,000번 발사가 가능하다.

정 소방위는 “기존 화약 마취총의 경우 화약 찌꺼기로 인해 발사 주사체를 두, 세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충전형 마취총은 간단하게 물로 씻은 후 수십 번 재사용이 가능하다”며 “차저화약 구입 비용 연간 약 1억 6,000만 원과 발사체 수명 연장으로 인한 연간 약 1억 7,000만 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전했다.

정 소방위가 개발한 압축가스 충전형 마취총은 기존 화약을 이용해서 마취액을 분사하는 방법이 아닌 프레스타 밸브를 통해 압축가스를 충전해 마취액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 굿 뉴스통신

■ 동물의 안전한 포획까지 고려해 개선

정 소방위는 이번 제품을 개발하면서 사람의 안전과 편의성은 물론이고 동물의 안전까지 고려했다.

그는 “기존 마취총은 바늘 끝에 구멍이 나 있는 전 방향 주삿바늘을 사용한다”며 “그러다 보니 동물을 포획할 때 주삿바늘이 뼈나 관절, 장기에 맞으면 마취제가 그곳에 직접 영향을 줘 동물이 쇼크사하거나 마비되는 부작용이 종종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사용한 마취제가 한순간에 동물을 죽이는 살상용이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새로운 마취총을 개발하면서 안전하게 동물을 포획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정 소방위는 새로운 개념의 마취총을 개발하면서 발사체 주삿바늘의 약물 주입 방향을 바늘 끝이 아닌 옆에서 나올 수 있도록 개선했다.

정 소방위는 “바늘 옆에 구멍을 뚫어 바늘이 뼈나 관절에 맞아도 약물이 피부와 근육층에 주입되도록 했다”며 “그 결과, 마취의 효과가 커지면서 부작용 없이 동물을 안전하게 포획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정희수 소방위가 개발한 새로운 마취총은 사람의 안전과 편의성은 물론이고 동물의 안전까지 고려한 제품이다.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 현장 아이디어 살리는 제품 개발 활성화 필요

“어떤 장비가 필요하고, 개선돼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는 직접 그 장비를 활용하는 현장의 대원들이 가장 잘 알아요. 현장의 아이디어가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이 제품이 다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 소방위는 현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민간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처럼 현장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는 동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올해 국민 안전 발명 챌린지 금상 수상자도 경기도 소방공무원인 시흥소방서 배오복 팀장”이라며 “전국에서 가장 크고 선진적인 경기도 소방 조직에서 현장의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새로운 제품 개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소방위는 “자연재해와 전기차 화재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를 비롯해 도민의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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