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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발생 2년 2개월…“여전히 긴장의 끈 놓지 못해”
코로나19 발생 2년 2개월…“여전히 긴장의 끈 놓지 못해”
  • 전효정 기자
  • 승인 2022.03.2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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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17호 생활치료센터 모범의료진 김준호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과장 인터뷰
2020년부터 코로나병동, 3개 생활치료센터 개소 및 운영으로 코로나 확산 방지 기여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 이후 2년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도 1만 명을 넘어섰다.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방역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다.
 
지난 22일 김포 소재 경기도 17호 생활치료센터에서 만난 김준호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적정진료실장·외과 과장도 이 중 한 명이다.

지난 22일 김포 소재 경기도 17호 생활치료센터에서 김준호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적정진료실장·외과 과장을 만났다.  ⓒ 굿 뉴스통신

■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 ‘생활치료센터’ 맡아

“처음 코로나19 대응에 나설 때만 해도 이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2020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 병동과 경기도 생활치료센터 3호, 13호, 17호 개소 및 운영 등 코로나19 대응 중인 김준호 과장. 그는 2년 전 처음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받을 때만 해도 지금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지역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받았다”며 “이후 4월 말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되면서 다시 일반병원 업무로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일상으로 복귀한 김 과장은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코로나19 현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등으로 줄어드는 듯했던 코로나19 확진자가 8월 다시 급증하면서 경기도로부터 급하게 생활치료센터 개소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던 것.

김 과장은 “8월 20일 연락을 받고 22일 이천 경기도교육연수원에 가서 23일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일정이었다”며 “그렇게 현장에 갔는데 안전대책 등이 전혀 없었다. 의료는 물론이고 행정절차 등 모든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준호 과장은 “제3호 생활치료센터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의료체계의 마지노선을 지킨다’라는 사명감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 굿 뉴스통신

■ ‘의료체계 마지노선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대응

“제3호 생활치료센터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마지노선을 지킨다’라는 사명감으로 임했어요. 이곳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의료체계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있었죠. 함께 일했던 의료진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어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했습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위기 상황에 문을 연 제3호 생활치료센터는 기존 용인 한화생명연수원과 기아자동차 오산교육센터에서 운영한 제1, 2호 생활치료센터와 운영방식이 달랐다.

기존 생활치료센터는 병원에서 먼저 환자를 받아서 진료하고 상태가 안정되면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해 회복기를 갖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시스템이 바뀌었다. 제3호 생활치료센터는 먼저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를 받고,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이 적용됐다.

김 과장은 “생활치료센터 문을 열자마자 확진자가 몰려드는데 문제는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너무 많았다”며 “이들을 병원으로 다시 이송해야 하는데 이들을 받겠다는 병원이 많지 않아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제3호 생활치료센터는 문을 연 지 5일 만에 208명 환자와 보호자 등이 함께 입소하며 220명 정원을 채웠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하는데 매뉴얼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기본적인 틀을 짠 후 일하면서 상황에 맞춰 시스템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제17호 생활치료센터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입소자들의 약을 챙기고 있다.  ⓒ 굿 뉴스통신

■ 긴장 속 근무…따뜻한 말 한마디에 보람 느껴
 
“하다 보니 제3호에 이어 13호, 17호 생활치료센터의 문을 열었어요. 센터별 건물의 규모나 상황 등이 다른 만큼 해 본 사람이 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가이드라인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부딪혔던 제3호에 비해 제13호와 제17호 생활치료센터 개소 때는 각 분야별 가이드라인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이 쉬운 건 아니었다.
 
김 과장은 “13호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할 때는 델타변이로 인해 중증도가 높았다”며 “20명이 입소하면 그중 6~7명이 폐렴이었다. 급하게 전원할 병원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17호 생활치료센터는 외국인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외국인 전담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받았다”며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통하지 않은 제3국의 외국인들이 이곳으로 왔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생활치료센터 근무는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연락되지 않는 입소자가 발생하면 바로 수술복을 입고 방으로 뛰어 올라가기 일쑤였다.

그는 “제3호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할 때 2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는 입소자가 있어서 급하게 수술 도구를 챙겨 들고 방문을 열었는데 잠을 자고 있었다”며 “피곤한데 자꾸 연락이 오니깐 핸드폰을 끄고 잠을 잤다고 했다.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항상 가장 안 좋은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들이 정말 많았다”며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초긴장 상태”라고 강조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긴장의 연속이지만 퇴소하는 환자들이 전하는 고맙다는 인사에 보람을 느낀다고.

김 과장은 “아이가 확진돼 동반 입소한 엄마가 격리지만 누군가 본인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챙겨주는 것에 감사를 전한 일이 있었다”며 “꼭 물질적인 게 아니더라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힘이 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료` 자원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 굿 뉴스통신

■ ‘공공의료’ 강화로 감염병·재난 대비해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재조명됐어요.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앞으로 닥칠 신종 감염병이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할 이유입니다.”

2020년부터 2년 넘게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면서 김 과장은 앞으로 ‘공공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이 공공재라는 말에 반대한다. 모든 의사가 정부가 원할 때 쓸 수 있는 자원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공공의료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공공의료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그런 마음가짐과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갑자기 형광등이 나갔을 때 여분의 형광등을 가지고 있으면 그 여분을 끼우고 나중에 채우면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대응할 수 없다”며 “감염병이나 재난 등 위기 상황에서 적시에 바로 대응하기 위해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자원이 기본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출현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신종 감염병을 비롯해 방사능 유출·생화학적 테러·지진 등의 재난 발생 시에도 입원환자를 재배치하고 병상 기능을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김 과장의 생각이다.

그는 “병원을 설계할 때부터 위기 상황 발생 시 바로 시스템을 전환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공공의료원을 수지타산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고, 앞으로 닥칠 재난 상황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과장은 “의사들은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하지만, 항상 안 좋은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배운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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