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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재개 촉구 1인시위 한 달…“왜 ‘개성공단’인가?”
개성공단 재개 촉구 1인시위 한 달…“왜 ‘개성공단’인가?”
  • 장유창 기자
  • 승인 2020.12.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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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교·임진각 현장 집무실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인터뷰"

“앞장서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별명은 ‘야전사령관’이다.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부터 친일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부산 엘시티 비리 진상 규명 등 사회의 부조리를 규탄할 땐 언제나 전면에 서서 목소리를 냈다.

현실정치에서 발로 뛰며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던 그가 올해 5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또다시 길 위에 섰다. 이번엔 평화를 위해서다.

개성공단 정상화야말로 남북 화해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에 이 부지사는 지난 11월 9일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며 평화부지사 현장집무실을 도라전망대에 설치·운영하려 했다. 하지만 유엔사령부(이하 유엔사)의 반대로 집무실 이전이 막혔다.

이에 이 부지사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천막 집무실을 설치하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개성공단 재개 촉구를 위해 길에 선 그는 “공직자가 왜 이런 일까지 하느냐”고 묻는 말에 “공직자이기 때문에 한다”고 답했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대변할 땐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1인 시위에 나선 지 한 달째인 지난 9일, 오전 11시마다 ‘평화의 상징 개성공단 정상화, 우리 땅 우리의 평화 우리 손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파주 통일대교 앞에 선 그를 만나기 위해 파주로 향했다.

개성공단 재개 촉구를 위한 도라전망대 집무실 설치가 유엔사의 반대로 가로막힌 가운데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굿뉴스통신

-날씨가 춥다. 가족들의 걱정도 클 텐데 1인 시위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바람의 언덕’에 현장 집무실을 차리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남북의 시간이 돌아왔다고 하는데 남과 북이 만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진정한 남북의 시간을 위해선 개성공단이 정상화돼야 한다. 이에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국민적 의지를 모으려고 했다. 마침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인 11월 9일 기념해 남북의 장벽을 무너뜨리자는 의미를 담아 평화부지사 집무실을 도라전망대로 옮기려고 했다. 육군 1사단과는 협력이 잘 되어서 집무실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유엔사의 승인이 없어서 설치가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땅에서 비군사적 행위를 하는데도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개성공단 재개 선언과 도라전망대 집무실 설치가 될 때까지 임진각에 임시 집무실을 설치하고 1인 시위를 하게 됐다.”

-1인 시위에 나선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이렇게 시위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장기적으로 갈 생각에 이미 모든 짐을 이곳으로 옮겼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출구전략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나의 출구전략은 단 하나 개성공단 재개를 선언하는 것이다.”

-꼭 도라전망대에 집무실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현재 진행 상황은?
“도라전망대에서는 개성공단이 눈으로 보인다. 매일 개성공단을 보면서 개성공단 재개를 남북 정부에서 선언해줄 것을 촉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유엔사의 반대로 이마저도 못하고 있다. 솔직히 유엔사 승인은 금방 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검토 중’이라는 얘기만 있고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도라전망대에서는 개성공단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이재강 부지사가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하기 위해 도라전망대에 집무실을 설치하려고 한 이유다. ⓒ굿 뉴스통신

-이를 계기로 개성공단 재개뿐 아니라 그동안 시민단체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던 유엔사의 승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엔사는 유엔의 산하 기구가 아니고 유엔으로부터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받지 않는다. 유엔에는 유엔사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다. 현재 한국에 있는 유엔사는 미군이 만든 조직이다. 유엔 규정에도 없는 유엔사가 비군사적인 부분에까지 개입해서 승인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내정간섭이고 주권침해다. 그동안 이런 문제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엔사 존재에 대한 전 국민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는 이유는?
“남북 평화를 위해서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보다 평화의 틀을 장착시키는 게 우선이다. 비핵화가 될 때만 기다리는 것은 통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평화의 틀이 마련되면 비핵화는 저절로 해결된다. 바로 그 첫걸음이 개성공단 재개다. 개성공단 재개는 국제사회와 북측, 그리고 남측 모두에 평화협력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개성공단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 간 합의와 결정으로 시작된 것으로 당시 미국에 별도 승인을 받지 않았다. 2016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없앴을 때도 미국의 동의는 없었다. 이 논리라면 개성공단 재개도 남과 북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 그래서 재개 선언이 중요한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가 가지는 정치·경제적 의미는?
“개성공단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이 낳은 옥동자다. 2004년 문을 열어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될 때까지 당시 누적 생산액만 32억 달러(약 3조8,000억 원)에 이른다. 또 5만5,000여 명의 남북노동자가 만나 매일 ‘작은 통일’이 이뤄지던 곳이자 남북경제공동체를 실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이자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를 살리는 해법이다.”

이재강 부지사는 “개성공단 재개야말로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신호이자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경제를 살리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 굿 뉴스통신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현 상황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125개 기업 중 경기도 기업이 41개다. 그들은 개성공단 폐쇄 당시 생산시설을 다 두고 나왔다. 그나마 경기도는 도내 41개 기업에 매년 지원금 3억 원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선 개성공단에서 하던 업종을 계속 유지하고 30명을 고용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시국까지 겹쳐 정말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기업인들이 개성공단만 바라보고 계신다. 매일 이곳에 찾아와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개성공단을 열지 못하냐’고 울먹이고 가신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울컥한다. 눈물이 좀 많은 편이다.”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의 첫 번째 합의가 개성공단 재개였다. 그것만 국회에서 비준해도 개성공단에 지금 당장 들어갈 수 있다. 남북문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봐야 한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는 정부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개성공단이 문 닫은 지 5년째 되는 내년 2월 11일이 설 연휴다. 그때까지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와 주길 희망하고 있다.”

-1인 시위 외에 다른 활동도 계획하고 있나?
“2004년 12월 15일 개성공단의 첫 생산제품인 ‘통일냄비’가 세상에 나왔다.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16주년을 맞아 오는 15일 오후 2시부터 임진각 평화누리와 통일대교 일원에서 ‘삼보일배’를 하려고 한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서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국민적 의지를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쇼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화정책을 담당하는 부지사가 비난이 두려워서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도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대의를 위해선 뭐라도 해야 한다.”

이재강 부지사는 오는 15일 오후 2시 통일대교 남단~북단 총 0.9km 구간에서 개성공단 재개 선언 촉구를 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할 계획이다. ⓒ 굿 뉴스통신

-남북 평화교류 사업과 관련 앞으로의 계획은?
“경기도는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을 품고 있어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평화부지사라는 직함에는 이러한 경기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화해 교류 협력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직무에 임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6·15 20주년 기념행사, 대북전단 살포 원천 차단, 지자체 최초로 대북온실지원 UN 대북제재 면제 승인 등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다. 앞으로 통일경제특구, DMZ, 미군공여지 문제 등 도내 현안을 해결하고 경기도가 한반도 평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평화부지사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코로나19로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경제가 시급하니 남북관계는 잠시 뒤로 미루자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위기가 심각한 지금 오히려 평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북관계 회복이야말로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북철도가 뚫리면 2주일이면 물류가 유럽에 도착할 수 있다. 홍콩, 싱가포르가 아닌 한국이 물류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남한의 기술이 만나면 자주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모든 게 남북관계에 달려 있다. ‘이 시위를 언제 그만둘 거냐’고 묻는 이들에게 오히려 ‘개성공단을 언제 열 것인지’ 되묻고 싶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한다.”

이재강 부지사는 “남북 문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봐야 한다”며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위한 정부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 굿 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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