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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생명’ 지키는 안전한 건설현장 만들어요”
“노동자 ‘생명’ 지키는 안전한 건설현장 만들어요”
  • 장유창 기자
  • 승인 2020.11.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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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박영현 매니저 인터뷰

 지난 4월 29일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 사고. 이는 관리·감독 부재로 인한 ‘예견된 참사’였다. 공사 현장은 불이 나기 전 이미 ‘화재 위험 주의’, ‘폭발 위험 주의’ 등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사안일과 안전 불감증으로 감행된 공사는 결국 38명 근로자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GDP 세계 12위인 한국. 하지만 한국의 산업 현장은 여전히 위태롭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20명으로 이 중 사고에 의한 사망자는 855명에 이르렀다.

특히, 사고 사망자의 50.1%인 428명이 건설업에서 나왔다. 이 중 42%는 5~49인 사업장에서 난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였으며 현장에서 떨어져서 사망하는 추락사가 347명으로 40.6%나 차지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 사고의 상당수가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안전 미비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인 셈이다.

경기도가 올해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는 지난 4월 도내 산업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건설·제조 현장을 상시 단속하는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를 본격 출범했다.

출범 6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이 만난 경기도 노동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박영현 총괄 매니저를 만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영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매니저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가 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밝혔다. ⓒ굿 뉴스통신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안전 불감증 여전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 후 석 달 만에 용인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했어요. 안전에 대한 관리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사실에 안타까웠어요.”

올해 4월,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로 선발돼 현재 매니저 역할을 수행 중인 박영현 매니저. 그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는 법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강조했다.

박 매니저는 “건축주는 건설 회사를 경쟁 입찰로 선정해 싸게 건축물을 올리려 하고 시공회사는 어떻게든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며 “현장소장은 공정이 늦을수록 이윤이 줄기 때문에 회사 내 입지를 위해 빠른 공정 중심으로 현장을 돌린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의 안전에는 무관심한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안전 관리자가 있는 대규모 현장은 ‘삼진아웃제’ 등 안전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건설현장은 이를 관리·감독할 안전 관리자 없이 공정이 진행되다 보니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매니저는 “소규모 건설현장을 가보면 안전난간 설치는 물론이고 안전모조차 쓰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며 “또 각 공정별로 하청 받아 진행하는 팀이 다르다보니 먼저 작업한 팀이 설치한 안전난간을 다음 팀이 편의를 위해 제거하고 그대로 철수, 그 뒤에 들어온 팀에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올해 잇달아 대형 참사가 발생했지만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 불감증과 무사안일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라고 박 매니저는 전했다.

박영현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매니저가 도내 한 건설현장에서 안전재해 예방 조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제공./=굿 뉴스통신

■ 도내 10개시 5개 권역에서 산업재해 예방에 힘써

이에 경기도는 지난 4월 건설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를 출범했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는 민선 7기 공약인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경기 실현’을 목적으로 올해 처음 추진되는 사업이다.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선발된 10명의 노동안전지킴이들은 최근 3년간 산재 사고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던 수원, 화성, 고양, 파주, 양주, 남양주, 부천, 김포, 안산, 시흥 등 10개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점검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수시점검, 합동 집중점검 등을 통해 노동자 개인보호구 착용 여부, 산업안전보건기준 위반 사항, 안전재해(추락·낙하사고 등) 예방 조치 위반사항, 인력배치(안전관리자 등) 적정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박 매니저는 “노동안전지킴이들은 산업안전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건설 현장 실무 경력을 충분히 갖춘 현장안전 전문가들로 이뤄졌다”며 “그만큼 현장을 잘 알다 보니 최대한 융통성 있게 건설현장의 안전 확보에 힘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는 올해 수원, 화성, 고양, 파주, 양주, 남양주, 부천, 김포, 안산, 시흥 등 10개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점검활동을 벌이고 있다. ⓒ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제공./=굿 뉴스통신

■ 건설현장 관행 깨기 위해선 강제력 뒷받침돼야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는 불시에 현장을 방문해서 위반사항을 점검해요. 하지만 사법권이 없다 보니 현장 내 계도만 가능할 뿐이죠. 실질적인 행정조치는 산업안전보건공단 패트롤에게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박 매니저는 “점검 시 최대한 현장에서 바로 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바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단 패트롤에게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공단 패트롤에게 요청을 해도 공단 자체 점검 후 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행정조치를 요청하는데 소규모 건설 현장 같은 경우 공정이 주마다 바뀌는 경우가 허다해 이 기간을 초과해 보고가 된다”며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가 산재예방 조치를 해도 그 과정이 길어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골드타임을 놓치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안전을 무시하는 건설현장의 관행을 깨기 위해선 작업중지권 등 강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이 권한은 노동부의 근로감독관만이 가지고 있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사고 직후 지자체에 노동 경찰 도입 및 권한 이관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이 지사는 “고용노동부의 현 인력으로는 일상적 산업안전 현장점검은 꿈도 꾸지 못한다”며 “상시적이고 실질적인 노동환경 감시를 위해 확대된 사법권을 지닌 적극적인 개념의 노동경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일하는 박 매니저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올해 대형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했는데 사고가 나기 전 누군가 작업 중지를 하게 했다면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는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작업 중지 권한을 공동으로 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매니저는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모든 근로자가 안전모를 쓰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간다면 재해가 없는 건설현장도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안전을 신앙으로, 무재해를 신념으로’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경기도 노동안전지킴이 활동에 임하고 있다”며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을 종교처럼 의지하다 보면 현장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무재해는 누구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으로 함께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영현 매니저가 전하는 겨울철 건설 현장 안전 관리법
 
다양한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겨울철 건설 현장. 이곳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고 유형으로는 ▲전도(미끄러지거나 넘어짐) ▲화재 ▲질식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겨울에는 공사 현장 곳곳에 결빙구간이 생긴다. 또 날이 추워서 옷을 껴입고 몸이 얼면서 발이 걸려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전도 재해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결빙 구간 위에 모래를 뿌리는 등 미끄럼 위험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추위를 쫓기 위해 현장에 불을 피우면서 화재 위험도 높다. 난로 주변에 인화물질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소화기를 배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겨울철 건설현장에서는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24시간 갈탄이나 열풍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질식 사고로 이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밀폐된 공간에서의 도장작업을 금지하고, 갈탄 사용을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 또 공기순환이 원활하도록 자주 환기를 시키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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