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확대 요구↑…“재정악화 막고 사회적 합의 도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현금 복지 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며 지난 27일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현금 복지가 급증하면서 중앙정부 복지정책과의 중복문제, 지자체간 갈등 등 논란도 일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고 복지 확대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어 특별위원회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며 정책적 대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현금 복지
28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도입된 지자체의 복지정책은 총 668건, 4789억 원 규모이다.
이 가운데 현금성 복지정책은 446건, 2278억 원으로 건수로는 66.7%, 금액으로는 47.5%를 차지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청년배당, 산후조리비지원 등의 사업을 시행한다.
이 가운데 청년배당은 3년 이상 도내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이면 소득·직업에 상관없이 누구나 1년에 100만원을 주는 사업이다. 올해 예산은 1753억 원이 편성됐다.
경기도의 복지 정책은 보편적 복지 개념과 지역화폐가 연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원금이 수혜자 거주지역 내에서만 사용되도록 해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의 고리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경기도 관계자는 “청년배당 등 경기도가 시행하는 복지정책은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시행해 그 성과가 검증된 것들”이라며 “단순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 특히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시책”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형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청년수당), 경남도(청년구직활동수당) 등 다수의 전국 지자체에서도 현금성 청년 복지 사업을 펴고 있다.
인구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인구 유입책의 하나로 출산 수당 등의 현금 복지를 늘리고 있다.
경기 연천군은 2016년부터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은 신혼(예비)부부 건강 검진비, 출산 전 준비금, 신생아 출산 축하 용품, 셋째아 이상 돌맞이 축하금 50만원, 출산장려 양육비 최대 2000만원(다섯째) 지원 등의 출산정책을 펴고 있다.
전남 고흥군도 첫째아 출산장려금 240만원을 480만원으로 확대하고 셋째아 이상 돌맞이 축하금 50만원, 백일기념 사진 촬영비, 임산부 의료비 및 출산·육아용품 지원 등 다양한 출산 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굿 뉴스통신
◇지자체간 복지 불균형 현상도 빚어져
경기도의 경우 2018년 기준 북부 10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21.0~48.9%로 50%를 넘지 않는다.
반면 남부 21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24.3~63.5%로 50% 이상인 곳이 9곳이나 된다.
안산시는 이르면 올 2학기부터 전국 시 단위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추진한다.
지원액은 전체 등록금 가운데 한국장학재단 등 다른 단체에서 받는 것을 제외한 직접 부담금의 50%다.
김포시는 지난해 12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가정형편을 따지지 않고 관내 모든 중고교생에게 한 명당 30만 원의 수학 여행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연천군 등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은 지자체는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금 복지정책은 지자체와 인근 지자체 주민간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일례로 서울 중구가 기초연금 대상인 노인에게 기초연금과 별개로 공로수당 10만원을 더 주겠다고 하자 중구와 접해 있는 성동구에 불똥이 떨어졌다.
같은 아파트 단지가 동별로 두 행정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쪽은 수당을 받고 한쪽은 받지 못하게 되자 성동구에 속한 주민들이 불만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제동도 많아…복지확대 요구 목소리도↑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복지부가 ‘협의 완료’ 결정을 내린 사업의 비율은 2015년 80%에서 지난해 91%로 급증했다.
하지만 유사·중복 등을 이유로 지자체의 현금 복지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지방자치권침해’라며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생애 최초 청년 국민연금’에 대해 재협의를 통보했다.
청소년이 만 18세가 되는 달, 경기도가 국민연금 보험료 9만원을 대신 내주는 제도인데 국민연금 추납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도 추후에 납부하면 연금수령액을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70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5만원의 의료비를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안성시의 어르신 건강지킴이 의료비 지원사업, 성남시의 중소기업 청년 교통비 지원사업 등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복지부의 심의제도가 지방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논평을 내고 “사회보장기본법의 핵심적인 취지는 국민의 복지 증진”이라며 “지자체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자체 예산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어떤 역할 할까
위원회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현금복지 제도를 전수조사하고 현금복지 정책 신설 자제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시행 중인 사업의 성과를 분석해 ‘효과가 있는 사업은 국가 주도로 전국으로 확산하고 효과가 없다고 분석된 사업은 일몰제 방식으로 폐기하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복지 역할 분담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내기로 했다.
기초연금액의 상향과 아동수당 신설 등 보편적 복지 확대로 기초자치단체의 국고보조사업 분담액(매칭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독자 시책을 펴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염태영 특위 준비위원장(수원시장)은 “지방정부가 제각각 시행하는 현금성 복지로 인해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아동 수당과 같은 보편 복지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복지 서비스를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지방정부가 동의하고 특별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특별위원회 발족 취지에 현금성 복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할 것”이라며 “전문가들과 시민 대표들을 특위에 참여시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권고안 등을 마련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