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유포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배준환(37)은 과시욕을 느끼며 ‘n번방’ 사건 이후 더 많은 성착취물을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집중 제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법) 위반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배준환이 본격적으로 범행에 뛰어든 건 또 다른 성범죄자 A씨(29)를 만나면서부터다.
배씨는 2018년 온라인을 통해 A씨를 만난 후 범행 수법 등을 배웠다.
그를 ‘사부’라고 부르며 따른 배씨는 2019년 7월부터 배운대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청소년을 유인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A씨는 비슷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돼 현재 재판에 넘겨졌지만 배씨는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준환이 제작한 성착취물은 66.5GB에 달한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19일까지 만 11세부터 16세까지 청소년 44명을 대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 중 88개를 음란사이트를 통해 유포했다. 이와 별도로 성인 여성 8명으로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907개도 제작해 유포했다.
이 중 대다수의 성착취물은 올해 초 ‘n번방’, ‘박사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이후 집중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주빈이 체포된 이후인 지난 3월부터는 오히려 보란 듯이 성착취물 제작에 몰두했다. 이 시기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개설 횟수만 약 1000번에 달한다.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은 얻지 않았지만 오로지 개인의 만족을 위해 성착취물을 유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배준환은 업무를 하듯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태도로 범행을 저질렀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피해자를 유인할 시 자동완성기능을 이용해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고 성착취물은 피해자별, 날짜별로 정리했다.
음란사이트 여러 곳에서 성착취물을 연재식으로 유포하며 신적인 존재로 추대받은 배씨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만족감과 과시욕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닉네임인 ‘영강’이 적힌 종이와 함께 사진 및 동영상 등을 찍게 요구하는 방식 등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또 음란사이트에서 자신을 추앙하는 댓글을 캡쳐해 따로 보관하기도 했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배준환은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와중에 오히려 성착취물을 집중 제작했다”며 “자신의 행위를 과시하고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