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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로 밝힌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역사의 기록 다시 썼다.
재수사로 밝힌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역사의 기록 다시 썼다.
  • 양하얀 기자
  • 승인 2020.07.0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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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34년만에 범행동기 밝혀…14건 살인·9건 강간 입증
내성적 성격서 희대 연쇄살인마로…피해자에 책임전가 반성 뜻 없어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과거 당시 경찰의 수사와 유가족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굿 뉴스통신

역대 최악의 강력사건이자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이춘재(57)의 범행동기가 34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온 국민에게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더 알려진 이 사건에 대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춘재 사건을 마무리 하고 2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검찰로 사건송치는 3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춘재가 저지른 범죄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지난 2006년 모두 만료돼 사실상 처벌은 받지 않는다.

1986~1991년 경기 화성과 수원지역, 충북 청주지역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이춘재가 지목된 이후 '범행동기'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34년 만에 밝혀진 이춘재의 범행동기에 대해 발표한 경찰은 당시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선배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받았던 당사자에게 깊은 사과의 말을 전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30여년 전 수사기록과 자료·기억 등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달래고 과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이춘재를 수사대상자로 선정해 수사했음에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조기에 검거하지 못하고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 것은 경찰의 큰 잘못으로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입증된 14건의 살인과 9건의 강간 범죄

경찰은 지난 2019년 7월15일 이 사건에 대한 일부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검사를 의뢰,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춘재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경찰은 곧 대면조사를 실시했고 라포르(Rapport·상호 신뢰관계)를 형성, 이춘재의 신빙성 있는 자백진술을 이끌어 냈다. 대면조사는 무려 52차례 진행됐다.

그 결과, 이춘재는 1986년~1991년 화성에서 11건, 수원에서 1건, 청주에서 2건 등 살인을 저질렀고 9건의 강간 범행을 저질렀다.

살인사건에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과 '8차 살인사건'도 포함됐다. 또 수원지역 사건은 여고생(당시 18)이 화서동 논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며 청주지역 사건은 여고생(15)과 부녀자(27)가 각각 복대동 공사현장과 남주동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이다.

이춘재는 14건의 살인 이외 34건의 강간 및 강간미수 범죄도 저질렀다고 자백했고 이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경찰은 하지만 이춘재가 자백한 34건 중 9건만 당시 접수된 신고내용에 따라 기록된 피해자 인적사항을 통해 내용을 확인, 이춘재의 소행이라고 충분히 판단했다.

나머지 25건에 대한 범행은 수법의 유사성, 연쇄살인이 일어났던 시기와 지역이 일치해 실제 범행으로 판단했지만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혐의를 밝히지 못했다.


◇'연쇄살인마' 실체에 가려진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언론사와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보다 구체적인 이춘재 범행동기를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춘재는 어릴 적 자신의 동생이 하천에 빠져 익사한 사건을 목격한 후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춘재 자신은 가부장적인 가정환경에 자라 대놓고 감정을 표출할 수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채 성인이 된 이춘재는 군(軍)에 입대한 뒤 삶이 확 바뀌게 됐다.

기갑부대 소속 장병으로 탱크를 운전하는 병사였는데 경찰은 "그가 제일 먼저 탱크를 몰고 가면 뒤로 여러 대의 탱크가 줄지어 따라오는 것을 보고 희열감을 느꼈다고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가 군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인 역할을 경험하게 된 이춘재는 1986년 1월23일 군 전역 이후 외향적인 성격으로 심하게 변질돼 버리고 말았다.

이춘재는 1986년 9월15일 화성군(당시) 태안읍 안녕리 일대에서 71세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부터 연쇄살인을 저지른다.

경찰은 "이춘재가 군 전역 후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 상태에서 상실된 자신의 주도권을 표출하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춘재의 범행동기는 지난해 8월15일부터 전국의 유능한 9명의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개방형 면담과 심리검사, 진술 및 행동특성 분석, 사이코 패스 평가 등 모든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다.

이춘재는 사이코 패스 검사에서 상위 65~85%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의 재수사 초기,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등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 모든 범행동기를 피해자에게 전가했다.

또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고 그것으로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경찰은 "이춘재는 욕구해소와 그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가학적인 형태의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교도소 생활과 건강만을 걱정하는 등 이중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연쇄살인사건에서 밝혀진 진실…다시 쓰게 된 역사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소재 한 주거지에서 13세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동안 연쇄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살인사건이다.

약 1년 뒤, 1989년 7월7일 태안읍 병점5리 한 야산에서 7세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이다.

이 두 사건에 대해 30여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춘재는 자신의 소행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진술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이 과거 수사기록과 일치해 그의 범행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8차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20년 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모씨(53)는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후 재심을 청구,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다시 받고 있다.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에 희생됐던 여자아이를 찾기 위해 경찰은 화성시 소재 A공원 내 총 6900여㎥ 구역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1일부터 9일 간, 수색작업을 실시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얻지 못했다.

경찰은 두 사건에 참여한 당시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실시했다.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낙인되기까지의 과정에 당시 경찰관들은 가혹행위를 비롯, 허위자백과 진술서 작성 등을 강요했다. 또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일부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은닉하고 증거인멸 하는 등 유족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의 직무상 위법행위, 인권침해적인 수사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윤씨와 유가족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미제사건으로 영원히 남을 뻔했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펼치기 위해 경기남부청이 설치한 수사본부는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이후로 해체된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사례에 대한 신고접수는 계속 이뤄진다.

경찰은 "이 사건으로 피해를 봤거나 제보할 시민이 있다면 언제든지 미제사건수사팀에 접수하면 된다"며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전체 수사과정과 그 과정에서 시비 등을 자료로 남겨 책임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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