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가을이면 수원의 화성행궁 광장에 가끔씩 보이던 신기한 명물이 있다. 수원화성 일대를 누비는 '행카'라는 이름의 자전거 택시이다. '행카'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차가 다니는 차도를 모두 누빌 수 있어 자전거 택시라고 불린다. 인도를 달릴 때는 자전거, 차도를 달릴 때는 택시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같은 '자전거 택시'를 먼저 타보았다.
화성행궁 매표소에서 가까운 화성행궁 광장에서 관광안내소 옆 빨간 테두리의 부스를 찾으면 수원 자전거 택시 '행카'에 탑승 예약이 가능하다. 신기한 탈것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 손에 이끌려 오는 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운행시간은 30분으로 아이와 탑승하기에는 적당한 시간이었다. 너무 길면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은 금세 지루해 하기 때문이다.
수원화성 자전거 택시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예약을 하는 방법과 현장 발권을 하는 방법 두 가지로 나뉜다. 온라인 예약은 인스타그램(@hangcar_official)의 프로필을 타고 들어가면 네이버 예약 페이지로 연결된다.
수원화성 자전거 택시 '행카'의 예약시간이 다가오자 기다리던 화성행궁 광장에 행카가 들어왔다. 꼬마 아이는 행카를 보자 얼른 탑승하고 싶어했다. 해설사의 안내로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택시의 안전벨트와 동일했다. 드디어 '행카'가 출발했다. 다섯 살 아이와 함께 왔다며 행궁 광장을 한 바퀴 돌아주셨다. 아이는 조금 전만 해도 엄마와 함께 걷던 길을 자전거 택시로 달리니 신기해했다.
토요일 오후 걷는 사람이 많은 행궁동 거리에서는 '함께 걷는 거리'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보행자를 위한 행사로, 차량 진입금지 구간이 많아 오후 4시경의 장안동 공영주차장 주변의 교통량이 늘어 있었다. 차량 통제를 하는 골목에서 길을 잃은 차량들이 행궁동에 진입하거나 지나가기 위해 여기저기 뒤엉켜 있어 걱정했으나, 해설사의 안내로 원래 정해진 코스였던 '전통문화관~장안문~화홍문(방화수류정)~수원천' 대신 '장안문~화서문'을 지나 시작점인 화성행궁 광장에 다시 돌아왔다. 코스만으로 보면 짧았지만 장안문 내부로 들어가서 장안문 안에 있는 벤치의 원래 용도가 의자가 아니라 문을 잠그는 걸쇠 역할이었다는 점과 장안문에서 보이는 천장의 멋진 벽화를 기념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포토존을 설명해 주어 기억에 남았다.
역사 안내 해설사는 서북공심돈 바로 옆 화서문 앞에서 수원특례시의 마스코트인 수원화성의 모습이 서북공심돈의 모양을 따서 지어졌다고 설명해 주었다. 직접 가져온 사진자료와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를 설명하며 성곽에 나부끼는 깃발의 색이 장안문의 검은색(북쪽)이 왜 화서문에서는 흰색(서쪽)으로 바뀌었는지도 설명했다.
서북공심돈의 내부 구조 그림을 보여주며 아이도 이해하기 쉽게 수원화성의 특징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수원화성이 복원되기 전, 논으로 가득했던 수원 시내 사진을 보며 수원에 소가 많은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소'는 농사에서 재산으로 치는데, 수원에는 소가 많아서 나이 든 소를 잡을 수 있다보니 소갈비 요리가 유명해졌다는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들었다. 오른쪽 가운데에 익숙한 서북공심돈과 화서문의 모습이 보였다.
행리단길로도 불리며 걷기 좋은 수원화성 곳곳은 걸어 다니는 사람과 일반 자전거가 많다. 차량은 오히려 정체로 인해 속도가 느렸다. 덕분에 자전거 택시 '행카'는 따르릉 거리며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지나갔다. 자전거 택시 행카 내부에 작은 스피커를 달아 '수원화성 자전거 택시 행카가 지나갑니다. 길을 비켜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있다면 어떨까 싶었다.
길 가는 사람도 수원화성 자전거 택시 행카가 신기해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는 제법 번화한 관광지가 되어 수원사람들보다 외지인이 더욱 많은 수원화성 행리단길의 인도를 누비는 '행카'가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친절한 안내방송이 도움이 될 것 같다.
2024년 가오픈 기간에 탑승한 독일산 벨로시티는 승차감이 택시가 아닌 자전거 느낌이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면 덜컹이는 충격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평지를 지날 때 '웅~' 하는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역사 안내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수원화성의 속살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전기자전거인 '행카'는 평지를 달릴 때는 문제가 없지만 장안문을 들어서는 약간의 언덕배기에서는 힘이 달렸다. 그래서인지 탑승인원에 해설사 포함 3명으로 인원 제한을 둔 듯하다. 몇몇 관광 포인트에서는 행카에서 내리게 해 수원 성곽과 가까운 곳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수원화성의 역사를 촘촘하게 들을 수 있는 점은 여행에서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함께 탑승했던 5살 아들은 집에 와서도 "자전거 택시 행카가 재미있었다"며 다음에 또 타고 싶다는 소감을 말했다. 사실 해설사가 문화역사 설명을 위해 '행카'에서 내려 설명을 할 때에는 설명을 듣기보다 어서 '행카'로 돌아가자며 탈것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미취학 아동에게 역사 설명이 와닿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수원화성에는 '행카'라는 탈것도 있고 예쁜 볼거리가 많은 재미난 곳이라는 경험이 더 소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