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불가능"…관훈토론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오대일 기자
최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한중간의 책임 공방이 아니라 이웃나라 간의 건설적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내일 보아오포럼 이사장 자격으로 연례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다. 여기에서 중국 지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범국가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미세먼지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특히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유관 부처는 미세먼지 줄이기를 부처의 최우선 과제를 삼고 부처의 여타 정책적 과제를 여기에 맞추는 등 특단의 각오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임해야 할 것이다. 특별기구 하나 만들어 놓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은 미세먼지 문제를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된다. 미세먼지는 이념도 정파도 가리지 않고 국경도 없다"면서 또 "산업계나 이익집단이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기후 관련 협약과 관련된 경험을 쌓았고, 다수의 국제 지도자들과 교분도 쌓았다"며 "미세먼지 문제는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과 공동대응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곧 범국가 기구 실무추진단이 구성될 것입니다. 실무추진단의 활동을 독려해 조속한 시일 내에 범국가 기구가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반기문 총장은 남북 문제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북한과 독자적으로 무엇을 섣불리 하겠다고 하지 말고 북한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에 더 확고히 참여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해야 한미 톱니바퀴를 튼튼히 할 수 있고, 나아가 남북 톱니바퀴도 제대로 수선할 수 있다"며 "현 상태에서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불가능한 허상에 기초한 남북 톱니바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무엇이 진정한 해결책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비핵화에 관한 정의에 있어서 북한과 한미 양국의 기본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며 "북한은 미국의 핵우산을 철폐하고 한반도 주변의 비핵화지대를 목표로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자는 저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 핵능력의 전면 폐기로 이해한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여기에 합의한 것은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모면하고 이 모호한 표현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반 전 총장은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대응으로 인해 북한의 의도가 뚜렷이 드러났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보유한 핵을 포기하지 않고 동결하는 선에서 미국과 타협해 보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협상의 완전 결렬은 실망스러운 결과임에 틀림없지만,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와 의도가 분명해졌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꼭 실망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