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서도 "양당제" 목소리…'여론' 향방 등 변수될 듯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및 소속 의원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의회민주주의 말살 선거법 날치기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임세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4당의 선거제 개편안 저지를 넘어 내친김에 '정치권 새판짜기'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한국당 내에선 바른미래당내 선거제 개편안 이견표출에 따른 여야4당의 공조 균열로 패스트트랙 추진이 무산됨은 물론, 이들이 이탈할 경우 보수대통합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박맹우 한국당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전진' 모임에서 여야4당 합의안에 대해 "(구舊 바른정당 의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구조 아닌가"라며 "이로 인해 시스템이 빨리 분열될 것이라 보고, 이번 4·3보궐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면 보수권 대통합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당은 선거제 갈등 국면을 '좌파독재 대 우파야권' 프레임으로 설정해 이념 대결 구도로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를 보수통합의 기폭제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한국당 주요인사들은 연일 바른미래당을 향해 회유성 발언을 내놓으며 보수성향이 짙은 바른미래당내 구(舊) 바른정당 의원들에 대한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반대로 정의당 등 범진보진영을 겨냥해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2중대'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는 이념 프레임 짜기를 통해 다당제인 현 원내 구도를 사실상 보수·진보간 '양대 진영' 대결 양상으로 몰고 가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구 바른정당 의원들을 비롯한 여야4당 합의안에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인사들이 내세우고 있는 반대이유는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할 게임의 룰인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으로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 등 다른 법안을 선거법과 연계해 처리하는 데 대한 문제들이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이념성·이해관계를 고려할때 연동형비례제보다는 '지역 대표성', 다당제보다는 '양당제'를 선호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 20일 패스트트랙에 반대해 의총 소집을 요구한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병국·유승민·이혜훈·하태경·이언주·유의동·지상욱·김중로 의원 등 8명이다.
김중로 의원을 제외하면 이들은 지역구 의원으로, 특히 다수가 재선이상이다. 그만큼 지역구에서의 인지도와 조직력은 갖추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지역구 의석이 28석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석이 늘어나는 여야4당의 합의안이 적용될 경우, 소수정당의 지역구 후보들은 고전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목소리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조짐이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례성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막강한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양당제가 더 바람직하다"며 "결국 우리는 반운동권 자유주의 세력, 문재인 정권 심판세력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제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접점을 고리로 양 진영의 대결구도로 재편되거나 향후 정계개편 움직임으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은 것도 최근 이러한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른미래당내 패스트트랙을 주장하는 쪽에서 반대 측 의원들이 당을 떠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지상욱 의원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법 관련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를 위한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임세영 기자
다만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촉발된 보수재편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 지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판가름할 핵심 키로는 '여론'이 지목된다. 한국당의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 중도층까지 재확장되고, '의원정수 10% 축소-비례대표제 폐지'를 골자로 한 한국당의 선거제 개편안이 지지를 얻어 여론전에서 확고한 우위에 서야 바른미래당 내부의 이탈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보수진영내 노선 논쟁의 향방과 함께 한국당의 혁신, 노선재정립 작업을 통해 재통합의 명분이 마련될지 여부도 중대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병국 의원은 21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다시 합치기 이전에 한국당이 과거 탄핵 국면으로 왜 가게 됐는지,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명한 자기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방향이 같아야지 함께 해야 힘이 실리는 것이고, 국민들도 지지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