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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남의 나라 경찰이 잡은 범인 압송하고 생색내기는...
[기자의 눈]남의 나라 경찰이 잡은 범인 압송하고 생색내기는...
  • 장유창 기자
  • 승인 2020.04.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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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 14일 국제사이버범죄조직 총책으로 알려진 56살 A씨가 태국에서 국내로 압송되는 장면을 공개했다. A 씨는 무려 14년 동안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조직적으로 국제 사이버 범죄 조직을 운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 체포 작전에 나선 경찰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전신 방호복에 고글,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철저한 방역 절차를 밟았다. (경기북부경찰청 제공)굿 뉴스통신

431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 총책을 태국에서 압송한 것을 두고 경찰의 지나친 실적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솔직히 태국 경찰이 잡은 총책을 국내로 데려온 것 뿐인데, 이같은 비판이 과해 보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언론을 통해 이미 공표한 사건이다. 당시 총책을 비롯한 31명의 조직원 모두의 신원이 파악됐고, 실제 30명을 잡아들였다.

실상 경찰이 올해들어 새로 신병을 확보한 인물은 사이버 도박조직 총책이라고 지칭되는 50대 남성 1명 뿐인 셈이다. 이걸 경찰이 10개월이 지난 전날(21일) 마치 큰 사건을 해결한 것인양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각종 취재진을 불러 브리핑했고 "스팸문자 한통으로 시작된 수사가 2년9개월 동안의 끈질긴 추적 끝에 국제 범죄조직 31명을 일망타진했다"며 신화를 써내려가듯 언론에 홍보했다.

언론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인지 '수사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호복을 입고 방역을 철저히 했다'는 내용을 각별히 부각시켰다.

경기북부경찰이 '성과 부풀리기'라는 눈속임 지적에도 불구하고 유별나게 이번 사건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고 불과 한달 전에 있었던 일들이 오버랩됐다.

지난달 3일 경기북부경찰은 초등생 자매의 목숨을 앗아간 무면허 음주운전자의 음주측정 수치를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한다. 경찰청 본청의 지침이다"면서 극구 함구했다. 뉴스1이 '피의자 남성의 사고 당시 음주수치가 0.236%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하자, 경찰은 보도한 기자를 상대로 "본청 지침이다. 취재원이 누구냐, 몇 시에 취재했느냐" 등을 집요하게 캐내려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사업가를 납치하고 살해한 조폭 부두목 조규석의 주요 도피방법과 이동경로에 대해서도 경찰은 함구로 일관했다. '도피 방법이 알려지면 모방할 수 있다'는 경찰 의견엔 동의한다. 하지만 불순한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게 문제다.

복수의 경기북부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규석의 자세한 검거 경위 및 도피방법 등에 대해 언론에 홍보하지말라'는 본청 지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를 어길 경우 '특진'을 주지 않겠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담당부서 관계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청내 다른 경찰관들은 "기껏 고생해서 조규석을 잡아놓고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것은 결국 특진 등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지방청 내부에서는 이번 동남아 도박사이트 총책 국내 압송과정 홍보 건도 결국 '특진'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총책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자, 본청에서 '총책을 잡아오면 특진을 고려하겠다'는 얘기도 돌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지방청장이 잘한 수사에 대해서는 홍보도 잘하라고 해서 진행했을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이 잘한 건 박수 쳐 주어야 한다. 범인을 잡는데 고생하고 헌신한 경찰에게 특진의 보상이 따르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특정인의 특진을 위해 경찰의 공로가 확대되고 축소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공정과 정의를 추구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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