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모든 정황이 그를 '토막살해범'으로 지목했다
용인 내연녀 토막살해범 유동수 처음부터 끝까지 혐의 부인 法 "직접 증거 없지만 간접 증거·정황 종합하면 범행 인정돼"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판결문을 읽어 내리던 판사는 문장 말미에 예외의 단서를 달았다.
"간접 증거일지라도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4일 열린 수원지법에서 열린 유동수(50·중국 국적)에 대한 선고 재판 장면이다.
유동수는 지난해 7월 경기 용인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내연녀 A씨(40대·중국 국적)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 등)로 기소됐다.
그는 경찰에 체포될 당시부터 이 사건 1심 재판이 끝날때까지 범행을 부인했다.
현장에서 범행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영상 등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유동수의 죄를 인정했고, 그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백, 범행도구, 범행장면이 담긴 영상녹화물 등 공소사실을 직접 인정할 수 있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범행동기와 피고인-피해자 간 관계, 살인 발생 후 행적, 혈흔 및 유전자 감정결과 등을 토대로 그를 범인으로 판단했다.
판결에 따르면 유동수는 10년 간 비밀연애를 하던 A씨가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다른 남성을 만나려 한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둔기로 머리부위를 때리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는 시신을 토막내 용인 경안천 주변 곳곳에 각각 유기했다.
범행 후에는 집 내부를 청소하고, 이불을 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했고, A씨가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A씨 휴대전화로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유동수는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만난적도 없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고 법정에 서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지난해 12월4일 이 사건 4차 공판에서는 '진범이 쓴 메모지를 발견했다'며 무죄입증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진범이 범행을 자백하고 사체손괴에 사용한 도구를 은닉한 장소를 알려주며 자신에게 사과한다'는 취지의 메모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동수가 급조한 '가짜 증거'로 본 것이다.
하지만 유동수의 범행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직접 증거도 없었다.
재판부는 이에 △유동수의 범행 전후 행적 △유동수 집에서 나온 혈흔반응과 A씨의 DNA △제3자의 범행가능성 여부 등 크게 세 가지 분야에서 모아진 정황증거 들을 종합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
A씨가 유동수 집에 들어가는 모습은 있으나 나오는 모습은 없었던 점, 유동수가 피묻은 이불을 버리고, 백팩 등을 메고 나간 뒤 빈손으로 귀가한 점, 화장실 배수구에 혈흔반응이 집중된 점, A씨가 신변을 비관할 이유가 없고, 제3자의 범행 가능성도 없는 점 등 정황 증거에서 그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잔혹성을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한 점, 증거인멸 목적의 시신훼손 등을 고려해 유동수에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유동수는 이같은 법원 선고조차 수긍하지 않았다.
그는 재판 직후 "A씨를 본 적이 없다. 이것은 형사들의 조작이다"라며 "왜 나만 죄가 있다고 하나, 똑바로 조사를 하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나는 인생이 끝났다. 진짜 죄없다. 형사들과 검찰이 다 조작한 것이다"라며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결국 유동수는 지난 9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2심에서도 자신의 무죄를 거듭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애초 유동수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이튿날 맞항소로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