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화폐 실험 침체 지역경제 살릴 마중물 될까
지역경제 살릴 카드로 전용상품권 발행·지역화폐 출시 지역경제 선순환 구축 및 ‘실핏줄’ 역할
인구증가율 전국 1위인 경기도는 전국에서 자영업자가 가장 많고, 벤처기업의 60%가 몰려있어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
그러나 속살을 들여다보면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국면과 맞물려 음식·숙박업의 영영이익률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자영업 폐업이 늘어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가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복지와 경제를 연계한 ‘경기지역화폐’를 1조5000억원 발행해 지역경제에 실핏줄이 돌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지난해 12월 자영업자·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18조원 발행을 주요내용으로 한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지역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지역화폐 정책 등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특효약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무너지는 골목경제, 신음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4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6%(실질소득증가율 3.%) 늘었다.
그러나 소득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74만원으로 전년보다 9.8% 늘었지만 하위 20%는 132만원으로 전년보다 7.0% 감소해 오히려 빈부격차가 확대됐다.
또 잡코리아가 2017년 9월 조사한 체감은퇴연령은 남성 51.6세, 여성 47.9세로, 우리나라 임금근로자들이 퇴사 이후 30~40년 정도 소득 없이 여생을 보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장년층의 은퇴 이후 선택지는 여러 논란 속에서도 자영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해 1월 전국의 사업체 중 86%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398만명은 나홀로 가게다. 그런데 문제는 한해 106만8000여명이 창업을 하고 처음 부가세 신고를 하는 동안 73만9000명이 장사를 접는다는 데 있다.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기지역 자영업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경기지역 자영업자는 126만명으로 서울(95만명), 경남(50만명) 보다 많고, 2000~2017년 자영업자 증가율도 29.2%로 다른 시도(제주 25.0%, 울산 9.3%,경남 6.0% 등) 보다 높았다.
그러나 경기도내 자영업 폐업률은 2017년 14.3%로 전국 평균(13.8%) 보다 높아 골목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영업이익율도 2010년 각각 14.6%, 27.1%에서 2015년 8.3%, 16.4%로 악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성남판 지역화폐’,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
결국 정부는 무너지는 골목경제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20일 자영업·소상공인 전용 상품권 발행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취업자의 25%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오는 2022년까지 18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전용상품권(지역사랑상품권 8조원+온누리 상품권 10조원)을 유통시켜 침체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아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지난달 경기전역에서 본격 발행된 ‘경기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청년배당 등 복지와 연계된 지역화폐가 경기 전역에 본격 유통되면 지역경제에 선순환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선보여 전통시장이 살아나는 효과를 입증했다.
성남시가 지난 2012년 선보인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은 발행 4년 만에 영세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을 22.3%나 끌어올렸다.
이 지사는 성남시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역화폐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지역화폐’는 지난해 31개 시군과 의견 조율 및 예산 분담 협의, 관련조례안 제정 등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달부터 본격 발행되고 있다.
31개 시군의 지역화폐 발행규모는 정책자금 3582억원, 일반발행 1379억원 등 총 4961억원이다.
경기도는 올해를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1조5905억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취지를 살기기 위해 해당 시군 내에서만 사용가능하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유흥업소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이를 통해 지역화폐를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집중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매출증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용된 지역화폐 데이터로 매출효과를 분석한 뒤 특정지역에 매출에 쏠리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사용처와 가맹점 확대를 위해서도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중첩효과’로 지역경제 선순환 구축
경기도 지역화폐는 청년배당 등 복지와 연계돼 ‘중첩효과’를 내도록 설계됐다.
그런 점에서 지역화폐가 경기전역에 본격 유통되면 침체된 골목경제에 숨통을 트는 실핏줄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지역화폐, 지역경제 파급효과 연구’를 통해 청년배당과 공공산후조리비에 의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청년기본소득과 공공산후조리비 등 지역화폐사업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조3010억원, 부가가치효과 6227억원, 취업유발효과 7861명으로 분석됐다.
이상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부터 경기도 지역화폐가 본격 발행된 만큼 청년배당과 공공산후조리비 지원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지역화폐 사용액과 사용처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역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기본소득이 실제 얼마나 선순환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청년배당은 도내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 모두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연령 및 거주기간 등 충족 여부를 확인한 뒤 25만원의 ‘지역화폐’가 전자카드나 모바일 형태로 오는 10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된다.
경기연구원은 청년배당에 의한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취업유발효과를 각각 5309억원, 6569명으로 추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제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지역이 살아나야 한다. 경기도 지역화폐가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역화폐는 특정 소수가 아닌 다수가 함께 사는 공동체 경제, 합리적 경제구조를 만드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니밀러(Annie Miller) 영국 시민소득트러스트 의장은 경기지역화폐에 대해 “소상공인들에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며 “그래서 청년배당의 시작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을 통해 중앙의 체제개편이 가능해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29~3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 콘퍼런스’에서 ‘비전에서 현실로 : 정의, 평화, 복지의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 지역화폐가 사용처 제한에 따른 불편함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지역경제를 살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