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시간 여행, 수원화성어차로 만나는 정조의 흔적
화성어차 체험과 함께 걷는 수원화성의 하루
지난 5월 25일 주말, 수원화성을 따라 도심 속에서 색다른 시간을 보내고 싶어 가족들과 특별한 나들이를 다녀왔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화성어차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 체험과 산책이 조화를 이루는 수원화성 일대를 아이와 함께 둘러봤다.
어차를 타기 전, 연무대 앞 광장에서는 군궁 체험 부스가 운영 중이었다. 초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이 체험은 활쏘기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역사 속 무예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리 화성 어차 시간표를 확인하여 국궁 체험을 먼저 즐긴 뒤 화성어차에 탑승하면 동선이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
화성어차는 조선시대 왕의 행차를 모티브로 한 관광열차로, 수원화성의 주요 포인트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차는 연무대를 출발해 화서문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운행하며, 이동 중에도 해설 방송이 제공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탑승은 연무대 매표소에서 가능하며, 첫차 출발은 오전 9시 40분, 막차 출발은 오후 5시로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요금은 어른 6,000원, 군인 및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만 36개월 미만 아동은 무료이나, 보호자 무릎에 앉히는 조건이다. 별도 좌석을 원하는 경우에는 정상 요금이 부과된다.
운행 코스는 다음과 같다.
① 연무대(승차) → ② 화홍문(하차 가능) → ③ 장안문 → ④ 화서문(하차 가능) → ⑤ 매향교(하차 가능) → ⑥ 연무대(하차)
어차는 한 번 하차하면 재탑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탑승 전 여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화서문 인근에서 하차한 후, 성곽을 따라 도보로 이동하며 화성의 매력을 천천히 느껴보기로 했다.
화서문에서 하차해 성곽길을 걷는 코스는 아이와 함께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성벽 위를 따라 걷다 보면 서북공심돈과 동북공심돈 같은 망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동북공심돈은 평시에는 망루, 비상시에는 적의 동향을 살피는 요새로 활용된 곳으로, 수원화성의 과학적 방어 체계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시설물이다.
성곽길은 완만하고 계단이 잘 정비돼 있어 유아 동반 가족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도심 전망과 성곽의 곡선미가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며, 걷는 데 약 20~30분이 소요된다.
도보로 이동해 도착한 행궁동 벽화마을은 예술로 꾸며진 골목길이 인상적인 장소다. 이곳은 수원화성행궁 인근에 위치한 마을로, 담벼락마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아이와 함께 산책하기 좋다.
벽화에는 전래동화, 동물, 수원의 상징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진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곳곳에 소규모 카페와 공방도 있어 도심 속에서 잠시 쉬어가는 장소로 제격이다.
수원 화성에는 즐길 거리가 또 하나 있다. 수원화성 성곽길 스탬프 투어이다.
수원화성 10경을 형상화한 원터치 스탬프를 모으며 걷는 프로그램으로, 잉크가 빠르게 건조돼 보관도 편리하다.
참여방법은 지정안내소(장안공원, 연무대)에서 스탬프북을 수령하여 도장 7개 이상을 모으면 소정의 기념품, 10개 완료 시 특별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스탬프 투어지도를 참고해 성곽길을 걸으면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기념품을 받는 성취감도 모두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화성 나들이는 아이와 함께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정조대왕과 수원화성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었고, 어차를 타며 느꼈던 색다른 재미와 성곽길을 걸으며 나눈 대화는 가족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특히, 성곽길 걷기나 벽화마을 탐방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연학습의 장이 되었으며, 군궁 체험 부스에서는 사람들이 활을 직접 쏘는 것을 보니 조선시대 무사의 모습을 떠올리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도심 속에서도 이렇게 깊이 있는 역사와 문화 체험이 가능한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수원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수원화성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역사 교육과 문화 체험이 가능한 살아 있는 공간이다. 화성어차를 타고 성곽을 따라 걷고,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골목을 거닐며 도심 속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다.
하루쯤은 일상에서 벗어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수원화성에서 가족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자.
도심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수원화성, 가족과 함께 소중한 하루를 보내기에 충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