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더운 날씨지만 공원 산책길에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초록빛 여름이 한가득한 곳에서 생활의 지혜를 발견했달까? 팔달구 인계동에 자리한 '효원공원'의 주말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이 더위를 즐기는 이들을 만났으니까 말이다. 오기 전에는 월화원과 바닥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를 볼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효원공원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중국풍 정원 '월화원'이다. 그동안 왔을 때는 주로 월화원 위주로 다녔는데 다른 곳에도 사람들이 많은지 궁금하던 참이다. 월화원은 제일 나중에 가자는 생각으로 한바퀴 크게 돌고 보니까 뜻밖의 발견이 많은 공원 여행이 됐다. 한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지만 나무 벤치, 혹은 꽃 그늘 아래 있노라니 가을을 닮은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효원공원 속 또다른 볼거리! <토피어리원>은 식물을 동물 형상으로 만든 정원이다. 이곳에만 오면 도심 속 공원이 한순간에 동물의 숲으로 변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공룡, 물개, 돌고래 등으로 보이는데 아이 눈에는 펭귄도 보인다는 말에 크게 웃었다. '토피어리(Topiary)'란 말은 라틴어 이니셜에서 유래했다. 로마시대, 정원을 관리하던 정원사가 정원의 나무에 '가다듬는다(Topiary)'는 말을 사용한 데서 시작됐다.
토피어리원에는 <문자 포토존>이라고 하는 특별한 코너도 있다. 수원의 역사와 효원 공원의 역사가 이어져 있음을 상징하는 이곳! 문자 포토존은 여러 방향에서 글자를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분명 같은 공간인데도 내가 서 있는 방향에 따라 'SUWON' 또는 'HYOWON'으로도 보인다. 밤이 되어 주위를 둘러싼 조명에 하나둘 불을 밝히면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밤에도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 전용 포토존이라고 부를 만하다.
공원만큼 계절의 변화를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으랴. 한때 큰 송이를 자랑했던 무궁화가 지고 있는 가운데 배롱나무가 꽃을 피웠다. 꽃분홍색이 멀리서 보니 브로치처럼 어여쁘기도 하다. 카메라 프레임에 다 담기도 어려울 만큼 키가 큰 나무는 '세쿼이아 나무'다. 북미가 원산지인데 세상에서 가장 높게 자라는 나무라는 사실! 그늘 아래 들어서니 햇볕이 들어설 틈도 없이 빽빽하기도 하다. 나무 그늘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계절은 역시 여름이구나, 싶다.
시원한 그늘을 지나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따라가 보면 <바닥분수> 물놀이장이 나온다. 이곳은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들은 반드시 보호자와 동반해서 이용해야 한다. 손을 잡은 아빠엄마도 덩달아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빨간색 버섯 조형물을 우산 삼아 잠시 여름볕을 피해가는 시간이 즐겁다.
물놀이장 근처에는 농구장이 있는데 이 더위에도 2:2 농구를 즐기고 있는 청소년 학생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분수가 가까이 있으니까 운동 후, 간단하게 더위를 피해가기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
여유로운 주말 오후, 언제부턴가 귓가에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공원 스피커에서 틀어놓은 건가 했다. 간혹 크고 작은 소리가 다르게 들리길래 음악 소리를 따라가 보니 공연장이다. 효원공원 내 야외무대에서는 매주 토요일 <경기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가 열린다. 공원 옆 '경기아트센터'의 야외극장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것.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지난 7월 20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준비했다. 마침 리허설 시간이라 연주를 들을 수 있었는데 자연과 어우러져 딱딱한 공연장보다 듣기 편안하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 예술인들이 꾸미는 무대로 클래식, 밴드,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다. 기간은 10월 26일(토)까지다. 추석 기간인 9월 14일(토)을 제외하고 주말 오후 5시에 이곳 상설 무대를 찾으면 된다.
상설 무대 근처에는 <체력단련장>이 있어 운동 맛집이라 부를 만하다. 쉴 수 있는 의자와 정자를 중심으로 탁 트인 야외에 다양한 운동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이 주변으로는 보라빛 맥문동이 수북하게 피어 있다. 여름은 덥지만 이 계절에만 피는 여름꽃을 구경하는 일은 좋다.
걷기 좋게 잘 다져진 길을 따라가니까 신을 벗고 걷는 <맨발 산책로>다. 나무 아래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과 그 옆에는 양산들, 약속한 듯이 하나씩 놓여 있는 모습이다. 길 건너 하늘풍경채 아파트에서 왔다는 어느 주민은 "날이 더우니까 공원에 올 때까지는 양산을 쓰고 다닌다"며 "올 봄에 맨발 걷기 운동을 시작했는데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무리 더워도 여기 있는 흙은 시원하니 걷기에 좋다"고 말했다.
덥긴 하지만 더워서 여름이다. '햇볕이 충분하니까 꽃이 피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효원공원에는 이 날씨에도 농구를 하는 청소년들, 자전거를 타는 커플의 모습, 반려동물과 산책을 나온 모습 등 더위 속에서도 저마다 즐거움을 찾는 풍경이 있다.
언제 와도 좋은 효원공원 나들이는 당분간 토요일에 찾아올 듯하다. 10월 26일까지 토요일 오후 5시에는 음악을 들으며 공원 산책하는 재미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일상 속 예술이 흐르는 곳! 효원공원에는 선선한 가을이 더 일찍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